내년까지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수도권에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정부에 '예상치 못한' 제동이 걸렸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토교통 분야 관행혁신위원회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지나치게 풀지 말라고 권고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를 놓고 서울시 등 지자체는 물론 지역주민 반발에 시달리는 국토교통부에 위원회의 의견은 또 다른 부담이 될 전망이다.
1일 국토부에 따르면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국토교통 분야 관행혁신위원회는 국토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3차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날 개선 권고안에서 위원회는 '개발제한구역' 문제를 들고나왔다. 위원회는 "정부와 지자체가 공익사업을 위해 그린벨트를 지속 해제하고 있는데, 그린벨트의 낮은 토지가격도 한 원인"이라며 "정부가 계속 그린벨트를 해제해 개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1970년대 5397㎢로 지정된 그린벨트는 면적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중소도시권 1103㎢가 모두 해제된 뒤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4294㎢가 남았는데, 이마저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김대중정부 때 136㎢, 노무현정부 때 196㎢, 이명박정부 때 88㎢ 등 계속 해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이미 8㎢가 해제됐다.
국토부는 위원회 권고안에 "환경적으로 가치가 높은 그린벨트는 철저하게 보전하고, 불가피하게 해제하는 경우 공공주택 등 공공성이 높은 사업만 해제 가능한 대상 사업으로 제한하겠다"며 "개발 때도 주변 지역에 공원·녹지를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필요할 경우 서울시 그린벨트를 '직권해제'하겠다고 밝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입장에 대해선 "변함없다"고 밝혀 정책 방향이 '큰 변화'를 일으킨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부동산 업계는 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국토부의 답변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내년까지 수도권에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성공하려면 대부분은 개발제한구역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작년 주거복지 로드맵부터 올해 9·21 부동산대책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밝힌 공공택지는 수도권에서만 10.23㎢에 이른다. 게다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와 서울 사이 지역에 3.3㎢ 규모 미니 신도시 4~5곳을 만든다고 이미 밝혔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30만가구를 공급하려면 40~50㎢ 땅은 필요하다"며 "수도권에 개발 가능한 땅이 많지 않은 만큼 그린벨트를 풀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가 대규모 택지개발 계획을 밝힌 뒤 해당 지역주민과 지자체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서울시와 의견 차이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위원회는 개발제한구역 외에도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의 과도한 혜택 △건축물 안전 △건설사업의 불공정 관행 등 여러 분야 문제를 지적했다.
국토부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