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4조2046억원이다. 올해 예상치(64조6266억원)보다 0.7% 감소한 수치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내년 이익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국내 증권가들이 하반기 들어 추정치를 크게 낮춘 셈이다.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한 영업이익이 5년 만에 꺾일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글로벌 점유율 1위 업체다. 높은 품질을 요구하는 고사양 반도체는 중국과의 격차가 존재하지만 물량 위주의 저사양 D램은 중국에 일부 점유율을 뺏길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를 정점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수요 감소를 예상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시설 투자를 축소하고 있어 오히려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 업체들이 수익성 위주로 돌아섰고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출하량을 조절하는 등 긴밀하게 움직여서 수익성 하락폭은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작년 21%에서 올해 21.4%로 추정되며 내년에도 20%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ROE 10~11%보다 두 배가량 높다. 최근 삼성전자가 마진이 높은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도 내년 수익성 하락을 막는 '방파제'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하락세다.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13.6%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2.9%)보다 낙폭이 크다.
일부에선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이유로 실적 이외 변수를 찾고 있다. 특히 작년까지 지속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서 수급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추정규모는 작년 7조원에서 올해 90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올 들어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삼성전자가 매입해놓은 자사주를 소각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 5월 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기존 9.7%에서 9.3%로 낮아졌다. 금산분리법상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보유 지분이 10%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 지분율이 상승한다. 또다시 '10% 룰'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정부의 지배구조 압박 속에서 자사주는 지배력 유지를 위한 필수 카드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65%에 그치는데 향후 다른 계열사와의 합병이나 주식스왑(교환) 등으로 지분율을 확대할 때 자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지 않으면 기업가치는 변동이 없다. 올 들어 삼성전자가 주가를 50분의 1로 낮춘 액면분할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지난달 말까지 올해 액면분할을 실시한 32곳의 평균 주가 수익률(거래 재개일 이후 20일 기준)은 -4.2%에 그쳤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