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청약 땐 "반년내 집 판다" 각서 써야

이르면 다음달부터 1주택자가 추첨제 청약을 신청하려면 '새로 분양받는 아파트 입주 가능일부터 6개월 안에 기존 집을 팔겠다'는 각서를 써야 한다. 당첨된 뒤 약속대로 기존 집을 팔지 않으면 벌금형 등 벌칙이 뒤따른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집이 안 팔리는 경우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음주께 입법예고될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추첨제 물량 일부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한다'는 '9·13 부동산 대책'을 반영하기 위한 입법 과정에 위 내용이 추가되는 셈이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 40일과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11월 중하순이나 12월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 당첨 후 준공까지 2~3년 걸리기 때문에 입주 가능일부터 6개월이면 기존 주택을 팔 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9·13 부동산 대책'에서 추첨제로 청약 당첨자를 선정할 때도 무주택자를 우선 추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등을 점수로 환산해 당첨자를 뽑기 때문에 무주택 기간 점수가 0점일 수밖에 없는 1주택자는 사실상 추첨제를 통한 청약만 가능했는데 이마저 막아 왔다.
새 아파트로 갈아탈 계획을 세우던 1주택자들 반발이 계속되자 국토부는 추첨제 물량(현행 투기과열지구는 전용 85㎡ 초과의 50%·조정대상지역은 전용 85㎡ 이하의 25%, 85㎡ 초과의 70%) 중 절반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물량은 우선 공급에서 떨어진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추첨 경쟁을 벌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안에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한다는 조건과 시한을 명시해 '무주택자에게 청약 기회를 많이 준다'는 정책의 원래 목적을 지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선 '피해자'를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내 집 갈아타기'를 위해 청약을 신청했는데 최악의 경우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주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피해자를 구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규제→피해자 발생→예외 규정 마련'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1주택자가 청약을 신청하면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향을 생각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벌칙 수위 등은 좀 더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