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김승희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의결권 행사 내역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은 저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10개 기업 중 6개 기업에서 지분 투자를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남양유업(5.71%→6.23%)과 현대리바트(12.84%→13.1%) 한국공항(2.24%→2.26%) 케이씨(6.3%→7.32%) 등 4개사와 대양전기공업(5.25%→6.32%)과 원익IPS(1.67%→1.72%) 등 코스닥 상장사 2개사에서 주주총회 이후 5월 말까지 지분 투자를 늘렸다. 국민연금이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한 곳 중에서는 현대그린푸드(12.82%→12.35%)와 S&TC(11.72%→10.63%) 휴온스(4.28%→1.82%) 등 3개사만이 같은 기간 보유 지분이 낮아졌다.
남양유업은 지난 5월 초 국민연금이 공개한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2016년부터 올해 3월 주총까지 3년 연속 '짠물배당'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표를 행사해왔던 기업이다. 2014년 이후 5년 연속 주주총회에서 저배당을 지적받은 현대그린푸드 역시 올해 국민연금 보유 지분이 지난해(11.2%)보다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더 늘리면 의결권 확보에 신경 써야 하는 회사 경영진 입장에서도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해당 기업에 대한 지분을 늘리는 것이 배당 상향 압력으로 작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저배당 기업에 대한 대응을 부쩍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움직임은 심해질 전망이다. 저배당 기업선정 과정이 각 단계마다 1년씩 소요 기간을 둔 탓에 짠물배당 기업으로 지목되더라도 기업명 공개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저배당 기업이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경우 각 단계를 즉각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연금이 직접 나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지분을 높여가며 배당 상향을 요구할 경우 압력이 가중되는 구조다.
다만 국민연금의 이 같은 조치에도 기업의 배당성향을 끌어올리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다. 저배당 블랙리스트에까지 오른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는 수년째 짠물배당 기업으로 국민연금의 지적을 받았지만 배당금 총액은 크게 늘지 않았다. 남양유업의 최근 3년간 배당금 총액은 8억5470만원으로 같은 규모를 유지해오고 있고, 현대그린푸드 역시 같은 기간 52억~69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앞세워 저배당·무배당 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확대하고, 사전에 투자 규모를 늘려 나가면서 수익률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기업 옥죄기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명예교수는 "되레 무리한 배당은 기업의 성장성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