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1 주택공급 대책 ◆
집값을 잡기 위해 수요 막기에만 급급하다가 공급 확대로 방향을 튼 것은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엔 확실한 공급 물량이 적고 막연한 계획만 앞세운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일단 21일 발표한 확정 공급 주택 수가 3만5000가구에 불과해 목표의 10%밖에 미치지 않았다. 또 이날 공개한 주택 공급택지도 서울과 성남·광명·의왕 정도만 서울 수요를 분산할 수 있을 뿐 나머지는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다. 특히 서울 내 공급택지 중 판자촌과 공영주차장으로 묶인 강남구 개포동 재건마을은 1만3000㎡ 면적에 340가구를 지을 수 있는 것에 불과해 생색내기라는 평가가 많았다. 옛 성동구치소 용지는 입지와 면적으로 보면 유의미한 공급 대책이 될 수 있지만, 강력한 주민 반발을 어떻게 다스릴지가 관건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확실한 공급 물량이 너무 적다"며 "향후 추가 공급량을 내놓더라도 당장 시장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역시 "규제뿐만 아니라 공급 정책에서도 신경 쓰겠다는 정부 의지를 표명한 것은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평하면서도 "경기도는 부족하지 않지만 서울 공급량이 부족해 정책적 효과는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도 "서울 내 유휴지 개발과 그린벨트 해제 등 다방면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과 경기·인천 일대 총 17곳의 공공택지를 확보해 3만5000여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도시 건설 등 공급 확대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수도권에 아직 미분양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에 추가로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등 내용이다.
공공택지 후보지 인근 주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 등을 통해 지구지정 저지 활동에 나섰다. 옛 성동구치소 용지 주변 주민들 반발이 가장 크다. 이곳은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 인근 주민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임대주택으로 용도가 변경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용지는 지하철 3호선과 5호선이 교차하는 오금역과 걸어서 2분 거리(200m)로 교통이 양호한 데다 오금공원과 가락근린공원과도 가까워 쾌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금역 주변에 10년 넘게 살아온 한 주민은 "구치소를 40년이나 품고 살면서 여기에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온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며 "이런 40년 약속을 7일 만에 깨고 임대아파트를 욱여넣겠다니 누가 가만히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주민들은 '성동구치소 졸속 개발 결사반대위원회 성명서'를 내고 "성동구치소 용지를 공공택지로 개발하는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인순 국회의원,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약속한 복합문화시설, 청년 일자리 지원 시설 개발 공약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대주택 5400가구가 예정돼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큰 택지인 광명 하안2지구에서도 주민 반발이 거세다. 광명시 하안동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하안주공아파트 시세를 올려놓은 건 외부 갭투자자들인데, 이 때문에 하안동 일대가 택지지구로 지정된 것 같아 황당하다"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