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에 대해서도 이주비 대출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룰이 적용된다는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리모델링은 기존 주민의 재정착 비율이 높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과 구분된다고 주장하는 리모델링 단지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LTV 40% 대출로는 기존 주거지 인근에서 전세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리모델링 사업이 줄줄이 좌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리모델링 주택에 대한 이주비 대출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중도금·잔금 대출에 대해서도 재개발·재건축 주택과 마찬가지로 은행업감독규정 별표6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사업은 주택법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도정법에 근거하고 있어 근거 법규는 상이하다. 하지만 금융위는 '낙후된 주거 여건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리모델링 사업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본질적인 성격이 같다고 봤다. 이 때문에 대출 유형이나 방법도 다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원을 제기했던 신정쌍용 주민들과 내년 5월 이주를 앞둔 이촌현대맨숀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에서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신정쌍용과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에서 수평증축을 추진하는 이촌현대맨숀은 현재 리모델링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촌현대 리모델링조합 관계자는 "LTV 40%를 적용받으면 인근 아파트에서 전세를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서울 외곽에서 전세를 구해야 해 매우 난감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LTV는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매매가 기준으로 보면 20~30% 수준밖에 안 된다. 전세가율이 대개 5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주비만으로 인근에서 전세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시공사나 시공사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서 이주비를 대여받는 방법도 있으나 이자율이 7~8%에 달한다. 투자 목적이 아니라 실거주 목적인 주민들이 부담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금리 수준이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 단지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투자 성격이 강하지만 리모델링은 기존 주택을 고쳐 계속 사는 '실거주 목적'이 크기 때문에 다른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건축 단지에 가장 큰 난관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리모델링 단지에 적용되지 않는 것도 리모델링과 재개발·재건축의 차이점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