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자산에 대한 타깃데이트펀드(TDF) 투자 규제 완화 방침을 내놨지만 주식 투자 비중을 제한하면서 운용업계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이 퇴직연금 자산의 TDF 투자 비중을 기존 70%에서 10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해당 TDF의 주식 투자 비중이 80% 이하가 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에 운용업계는 퇴직연금 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 상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부 운용사는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해당 비율을 넘어 당장 보유한 주식을 팔아야 한다. 외국계 운용사와 제휴를 통해 상품을 운용하는 6곳 가운데 일부 상품에서 퇴직연금 자산 확대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도 나왔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TDF를 출시한 운용사 8곳은 퇴직연금 자산 비중 확대를 위해 펀드별 투자 비중을 명시한 상품 약관 변경을 완료하거나 이달 말 변경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약관 변경은 TDF의 퇴직연금 자산 투자 한도를 70%로 제한하고 있는 기존안과 달리 일정 조건 충족 시 100% 가능하도록 한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안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식 편입 비중을 80% 미만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점에 있다. 매일경제가 국내 TDF 운용사 8개사의 약관 변경안을 취합한 결과 각 사의 2045, 2050 TDF(숫자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는 당장 보유 주식을 매도해야 퇴직연금 자산의 투자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 은퇴 시점(타깃데이트)이 멀리 있어 주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탓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하나UBS행복한TDF2045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설계 당시 주식 투자 비중이 90%였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이를 80% 미만으로 보유하겠다는 내용으로 약관을 변경하고 효력 발생일까지 해당 펀드가 보유한 주식을 일부 매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주식에 80% 미만을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 외에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업무 제휴를 통해 TDF를 운용하는 나머지 5개사(한국투자신탁·신한BNPP·키움투자·한화·KB)는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하나UBS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처럼 TDF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경우는 '글라이드패스(생애주기 자산배분 경로)' 조정이 용이해 보유한 주식을 팔아서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