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부동산] 죽은 상권도 살린다는 디자인의 저력, 그 효과는?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진제공 = 서울시 블로그]

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수익형상가로 쏠리고 있다. 상가 공급도 늘어 주인 찾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공급자인 건설사 입장에서도 경쟁사와의 상품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디자인과 내부 구성(MD)이다.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디자인을 선보이거나 각종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을 도입하거나 조경 및 녹지공간을 확충한 ‘힐링공간’을 조성하기도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상가를 찾는 고객이나 임차인의 요구를 반영해 디자인 및 설계를 개발하는 사례도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영등포 타임스퀘어, 메세나폴리스, 아브뉴프랑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서울의 패션 메카로 부상했던 동대문상권은 2000년 들어서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쇼핑객들로 북적이던 황금상권에는 그저 ‘적막’만이 흘렀다. 하지만 우주선같은 독특한 외관 디자인을 내세운 DDP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실내에 들어서면 부드러우면서 아름다운 곡선들이 조화를 이루며 수제 제품들을 필두로 한 독특한 상품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DDP 개장 후 하루 유동인구는 40만명, 연간 방문객 840만명이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변모했다. 유동인구가 크게 늘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DDP는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 자하하디드가 설계했다. 그녀는 2004년 최초로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후 더욱 유명세를 얻었다.
한편 합정역에는 29만5615㎡ 규모의 메세나폴리스가 있다. 이 곳은 쇼핑, 레스토랑, 문화공간이 어우러져 볼거리와 재미를 더한 복합상업공간이다. 테라스형 발코니, 유리 교량, 옥상 정원, 야외 공간, 매혹적인 인공폭포 및 중앙 광장은 모두 복합상가의 중심으로 유동적이고 연출적인 동선을 강화했다.
세계적인 상업시설 디자인업체 저디 파트너십(Jerde Partnership)은 자연협곡의 우아한 형태와 곡선에 의해 심미적으로 영감을 바탕으로 메세나폴리스를 설계했다. 위에서 아래로 자유롭게 흐르는 리듬을 표현하고, ‘합쳐진 우물’이란 합정지역의 오래된 개념을 통합해 핵심 군집 공간인 중앙광장을 형상화했다.
인접한 홍대의 독특한 문화콘텐츠도 적극 흡수했다. 단지 안에 롯데시네마와 아트센터, 야외공연장 등을 마련해 영화, 뮤지컬, 쇼케이스, 미니콘서트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지역 내 랜드마크 건축물로 자리매김했지만, 합정동 일대는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입지적 이점도 살리지 못하고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2012년 메세나폴리스가 개관한 이후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변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또한 영등포 타임스퀘어도 호텔과 오피스, 판매시설 등 여러 건물이 각각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독특한 외형 디자인으로 영등포의 대표 건축물로 자리잡았다. 대지면적의 21%에 달하는 ‘내추럴 광장’을 조성해 생태공원, 분수 등 야외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내부 디자인도 이러한 자연 이미지를 살려 쇼핑과 휴식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꾸몄다. 타임스퀘어는 ‘2010년 서울 건축문화제’ 시상식에서 건축대상을 수상했다.
◆ 상가에 옷을 입히는 건설업계…디자인이 곧 경쟁력
디자인을 특화한 상업시설이 유동인구의 시선을 사로잡고 상권도 활성화시키면서 건설사들도 이 부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유명건축가들을 영입해 상업시설을 꾸미거나 지역적 특성을 살려 설계해 지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유동인구 동선에 따라 상업시설을 배치하거나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특수조명을 설치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디자인을 특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유림E&C는 동탄2신도시 업무복합 3블록에 짓는 ‘오슬로애비뉴’를 연면적 1만4697㎡의 북유럽풍 스트리트 테마상가로 꾸밀 예정이다.
전북 전주시 에코시티에 들어서는 ‘전주 에코 로마네시티’도 유럽풍 콘셉트의 대규모 복합상업시설로 지어진다. 내부는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구현한 독특한 설계를적용했다. 중앙 메인은 ‘로마 콜로세움’을 모티브로 설계, 중앙광장은 실내에서도 하늘이 열려 있는 듯한 느낌의 쾌적한 테마공간으로 꾸미고 실내 전 층에는 부드러운 곡선이 인상적인 계단식 원형 테라스를 설치해 로마느낌이 물씬 풍길 예정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시 규모가 커지고 교통여건도 나날이 좋아지면서 단순히 우수한 입지여건이나 교통여건만 갖췄다고 상업시설이 활성화 되지않는다”며 “디자인이나 설계, 이벤트 등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없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 특화 설계에 집중하는 시행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