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 몰리며 '역효과'
↑ 최근 시세가 급등해 동작구 전체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흑석 아크로리버하임`. [매경DB] |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가 몰리면 해당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입주 시점에 더 큰 폭으로 가격이 뛰면서 지역 집값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HUG는 31일 광명과 하남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HUG는 "최근 집값이 불안정해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된 광명시와 하남시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추가한다"며 "과열 현상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은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최근 몇 주간 1%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국 1위를 달렸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새 아파트 분양가는 시세보다 크게 싼 가격에 결정된다. 분양 가격이 인근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나 평균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면 HUG에서 분양 보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 1순위가 입지와 가구 수가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단지이기 때문에 그사이 오른 실제 시세를 완벽히 반영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올해 분양한 '과천 위버필드'는 인근에 1년 내 분양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과 비교했는데 이미 당시 과천시 아파트 평균 시세는 3.3㎡당 3567만원에 달했다.
결국 과천 위버필드는 3.3㎡당 2955만원에 공급돼 전용면적 84㎡ 기준 시세 대비 1억~2억원 저렴한 가격에 분양됐다.
HUG와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고분양가 관리지역인 서울 지역 평균 분양가와 아파트 매매가격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3.3㎡당 분양가는 시세보다 224만원(9.4%) 낮았으나 올해 7월에는 577만원(20.4%)으로 훨씬 더 낮아졌다. 결국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되니 시세 차익을 노린 '로또 청약' 열풍 현상을 유발한다. 올해 상반기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등에는 수만 명이 청약을 시도했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부동산114 REPS로 분석해 보면 서울 지역 연간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12.86대1에서 올해(1~8월 기준) 26.57대1로 올랐다. 이남수 신한은행 PWM도곡센터 PB팀장은 "당첨만 되면 1억~2억원 이상 차익을 노릴 수 있으니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하고, 자연스럽게 그 지역이 주목받는다"고 설명했다. 로또 청약 열풍이 해당 지역 주택 시장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북권 대표 로또 단지로 꼽혔던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옆 상록아파트는 올 4월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분양 전후로 실거래가가 급등했다. 2~3월 3억7000만~4억4700만원대에 거래됐던 전용 49.8㎡는 5월 5억원에 팔렸고, 전용 57.88㎡는 2~3월 3억~4억원대에서 5월 이후 5억3000만원대로 급등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회장은 "로또 분양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 전체가 매우 뜨거운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이것이 기존 주택 가격에도 상향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무리한 분양가 통제는 아파트가 완공돼 입주하는 3~4년 후 시장 가격까지 올리는 효과가 있다. 이 팀장은 "입주가 다가오면 새 아파트라는 희소성 때문에 오히려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며 "분양가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상승세가 큰 폭으로 이뤄져 지역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분양 시점에서 가격을 통제해 당장 주택시장 안정 효과를 본다 해도 집값 자극 효과를 3~4년 늦추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완공된 동작구 '흑석 아크로리버하임'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30일 발표된 한국감정원 8월 마지막주 주간 시세에 따르면 동작구는 전주 대비 매매가격이 0.65%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변동률을 기록했다. 주원인은 흑석 아크로리버하임 등 지역 내 '대장주' 아파트다.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59㎡ A형 분양권은 5억원 정도에 분양됐으나 최근 11억원으로 급등했다. 2배 이상 급등하자 인근 아파트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고분양가 사업장이 확산하면 입주 시점 시세가 분양가에 못 미쳐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HUG 보증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앞서 지정된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서울 전 자치구와 경기 과천, 세종시 등이다.
아직까지 올해 안에 광명에서 분양을 실시할 단지는 확정되지 않아 관리지역 지정에 따른 영향은 내년이 돼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남에서는 '위례포레자이' 등 3800여 가구가 올해 안에 분양될 예정이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