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IF "주주명부 폐쇄일 직전 주식 대차잔고 폭증했다"

다음달 19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MKIF) 주식이 주주명부 폐쇄일 직전에, 총발행 주식의 8%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의 주식 대차 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차 시점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갖는 주주를 확정하는 기준일인 지난 21일 직전에 대거 이뤄졌고, 기준일 이후 대부분의 물량이 반환돼 대차거래 목적이 '의결권 확보'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8일 한국금융투자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MKIF의 대차거래는 주주명부 폐쇄일인 21일 1770만주 이상 이뤄져 이날 총 대차 잔고는 약 2780만주를 기록했다. 이는 총 발행 주식의 8%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평상시 대차 잔고가 100만~200만주 수준임을 감안하면 평소 대비 약 20배 이상의 이례적으로 많은 물량이다.
기준일 이후 22~27일에는 약 2500만주 이상의 주식이 반환돼 총 대차 잔고가 190만주로 감소하는 등 평상시 수준을 회복했다.
일반적으로 주식대차는 공매도를 위한 것이지만, 해당 기간 거래량은 28만~32만주로 평소와 비슷하고 공매도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차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기준일인 21일 당일의 공매도 거래량은 대차거래량의 0.006% 이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준일 직후 대부분의 물량이 곧바로 반환된 점은 MKIF 주식 대차거래 목적이 공매도를 통한 이익실현이 아니라 의결권 있는 주식수를 늘리기 위한 의도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MKIF의 경우 대차주식의 의결권은 원래 주주가 아닌 차입자에게 부여된다. 즉, 차입자가 짧은 기간 약간의 수수료만 부담하고 해당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21일 기준 대차잔액이 MKIF 발행주식의 약 8%임을 감안하면, 특정세력이 막대한 물량의 주식을 하루 동안만 빌려 임시주주총회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현재 MKIF최대 주주는 영국 소재의 Newton Asset Management로 약 8.2%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매입하거나, 우호세력을 규합하지 않고, 주식을 빌려서 의결권 비율을 높이는 것은 실질적으로 의결권을 돈으로 산 것과 같아 위법 소지가 크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
자본시장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의결권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은 회사법의 기본 취지인 주주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1주 1표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공의결권(empty voting) 행사는 주주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사법적 처벌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 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상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또 "21일부터 대차거래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의결권을 박탈당했다는 소수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러한 변칙 거래는 명백한 '의결권 매수' 행위이기 때문에, 현재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