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재검증 첫 시험대 오른 방배삼호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가 민간업체의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통과' 등급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바로 재건축이 가능해지지만 지난 3월 정부의 강화된 안전진단기준에 따라 공공기관 재검증이 뒤따를 전망이다.
안전진단기준 강화 이후 정밀안전진단 재검증을 받는 단지는 전국에서 방배삼호가 처음이다.
28일 김종인 방배삼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초구청이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조건부 재건축)이 나왔다고 알려줬다"며 "주민동의서 징구를 완료하는 즉시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서를 서초구청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노후 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이나 E등급이 나와야 재건축을 할 수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결과 100점 만점에 30점 이하면 '재건축'(E등급), 30~55점은 '조건부 재건축'(D등급), 55점 초과는 '유지보수'(재건축 불가, A·B·C등급) 판정이 내려진다.
E등급은 무너져 내리기 직전 수준이어서 즉시 다시 지어야 하는 건축물에 매겨지는 등급이다. D등급을 받은 아파트단지는 관할 구청이 다른 단지 재건축 현황 등을 고려해 재건축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그동안 재건축 가능 진단을 받은 건축물 중 약 98%는 D등급이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방배삼호 안전진단 결과를 한국시설안전공단 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보내 재검증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은 지난 3월 5일부터 적용됐다. 그 이전에 안전진단 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은 단지는 기존 기준을 적용받았지만 이후 계약을 맺은 단지는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았다. 항목별 가중치를 구조안전성은 20%에서 50%로 올리는 대신 주거환경은 40%에서 15%로 내리는 것이 지난 3월 안전진단 기준 강화의 주된 내용이었다.
나라장터에 따르면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후 정밀안전진단 업체와 용역계약을 진행한 단지는 부천시 괴안 3-1구역, 괴안 3-6구역, 심곡본 3-2구역과 전북 익산 장미그린빌라, 서울 방배삼호 등 총 5곳이다. 부천시 3개 구역은 모두 이달 초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강남구 개포4차 현대아파트와 마포구 성산시영, 강동구 명일동 신동아·삼익그린2차·고덕주공9단지는 정밀안전진단 용역계약을 미뤘다.
강동구 상일동 삼성빌라와 도곡동 개포5차 우성아파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노원구 태릉우성아파트, 송파구 성내동 현대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 용역계약을 맺었다가 나중에 취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밀안전진단 비용이 1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안전진단 통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면 주민들이 선뜻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방배삼호는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어 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이 불필요하다. 작년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토지신탁을 선정했고, 현재 이에 대한 주민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다.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전체 토지 등 소유자 75% 이상 동의 △동별 소유자 50% 이상 동의 △토지 면적 3분의 1 이상 신탁등기 등이 필요하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