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원익그룹은 최근 주요 대형 증권사에 원익IPS와 원익테라세미콘 합병 주간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하고 입찰내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익그룹은 내부적으로 증권사 숏리스트 3곳을 후보에 올리고 다음달 중 주간사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원익그룹이 반도체장비 분야의 성장동력 향상을 위해 자회사인 원익IPS와 원익테라세미콘을 이른 시일 안에 합병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며 "두 회사가 합병에 성공하면 매출 1조원대 대형 반도체장비회사로 재탄생하면서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적 반도체생산회사를 두고 있으면서도 관련 장비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두드러진 업체가 나오지 않아 규모의 경제 실현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반도체장비 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국내에서 매출 1조원 이상 수위권을 달리는 에스에프에이, 톱텍 등은 반도체 대형 물류장비 부문으로 실제 반도체나 OLED 생산장비와는 다소 다른 사업구조를 지녔다. 가장 큰 회사인 씨메스는 삼성 계열사여서 독립적인 장비회사로 보긴 어렵다. 원익IPS와 원익테라세미콘이 합병에 성공하면 생산장비 부문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1조원대 매출 회사가 나오는 셈이다.
다만 문제는 지난 2년 전 1차 합병 추진에 실패한 바 있다는 점이다. 당시 원익그룹은 원익홀딩스체제로 지주사를 전환한 후 유사한 사업을 하는 원익IPS와 원익테라세미콘을 합병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충족시키려 했다. 당시 원익그룹이 원익테라세미콘 지분 12.98%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병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흡수·합병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합병 비율을 놓고 당시 원익테라세미콘 측 주주 반대표가 몰리면서 합병에 실패했다.
원익은 이후 합병 계획을 취소한 뒤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진 지분을 사오는 방식으로 지주사 요건을 갖췄다. 당시 합병이 공정거래법 충족을 위한 전략이었다면 이번 합병은 사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합병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원익이 생산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목적이 크다"며 "원익 측이 이번에는 약 30%까지 지분을 확보해 놓은 만큼 합병 과정은 2년 전보다는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원익그룹은 원익테라세미콘 주식 30.19%를 확보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최근 두 회사의 주가 흐름상 2년 전보다는 원익IPS가 좋은 조건으로 합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두 회사는 주당 2만5000원대에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1대1.054 수준의 합병 비율을 적용했다. 그러나 최근 원익IPS는 2만5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원익테라세미콘은 1만5000원대로 떨어졌다. 실적도 같은 흐름이다. 원익IPS는 반도체 호황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원익IPS는 물적 분할 이후인 2016년 4월부터 연말까지 매출 2441억원과 영업이익 28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진영태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