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이 꺾일 것이란 우려 속에 나온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반도체 '성적표'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데다 코스피 평균보다도 낮은 주가 수준이 외국인의 '구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은 삼성전자 덕분에 미·중 무역전쟁의 악재 속에서도 코스피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0일 장중 한때 4만3500원을 기록하며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작년부터 줄기차게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났다고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D램 반도체 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도 하향 조정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6.6배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 PER가 코스피 평균 PER(8.7배)보다 낮은 상황이 계속되자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신저가를 기록한 20일과 21일 소폭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숨을 고른 외국인은 최근 3거래일(22~24일) 233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렸다. 최근 3거래일 코스피 전체 순매수 규모가 461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종목에 투자의 절반을 베팅한 셈이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3% 오르면서 이 기간 코스피도 1% 상승했다. 외국계 증권사와 달리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 성장세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싸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반도체 실적 조사기관 IC인사이츠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기록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반도체 업계 상위 15개 업체의 매출액 합계는 총 1823억3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471억1800만달러)보다 24%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이 꺾였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 시장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에 반도체 '고점 논란'이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D램 반도체 시장의 경우 국내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3곳이 모든 공급을 책임지는 '과점 체제'다. 과거 업체가 난립했을 당시 점유율 상위 업체들이 후발주자를 따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급과잉을 일으켜 반도체 가격을 급락시키는 구조는 끝났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실적의 발목을 잡아왔던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사업도 턴어라운드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공급과잉으로 추락했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새 아이폰에 공급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가동률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부문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을 반영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사업 구조는 애플에 공급하는 OLED 패널 물량에 따라 급변하는 구조다. 다음달 새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올 3분기 디스플레이 사업 실적이 크게 증가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