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내외 주식·채권형펀드 할 것 없이 설정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형 헤지펀드에 이만큼 자금이 몰린 건 상당한 성과로 평가된다. 같은 기간 인덱스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4019억원이 줄어들었다. 채권형펀드도 초단기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4조500억원 늘어났지만 해외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연초 대비 2조8000억원 이상 급감했다.
연초부터 금리 인상과 증시 조정이 지속되면서 공모펀드 시장이 환매 몸살을 앓고 있지만 한국형 헤지펀드만 나홀로 질주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2011년 12월 도입된 후 올해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 숫자만 140개, 개별 헤지펀드 개수만도 1300개를 넘어섰다.
양적 팽창 못지않게 질적 성장도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헤지펀드라 하면 주식형 롱숏펀드가 대부분이었다. 이른바 저평가된 종목은 사고(롱) 고평가된 종목은 파는(숏) 전략을 결합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많았던 것.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헤지펀드의 주력 롱숏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략의 펀드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채권형펀드에도 자금 4조4322억원이 몰리면서 전년 대비 설정액이 두 배가량 늘어났고, 기업공개 예정인 기업에 투자하는 IPO펀드나 주식과 채권의 중간 형태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도 1조757억원 늘어났다.
은행과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들은 최근 증시에 조정장세가 이어지면서 전문가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 업계 자체가 6년밖에 안 됐지만 지난해에는 워낙 주식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크게 옥석이 가려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정장세에서도 꾸준한 수익률을 거두는 펀드매니저들이 나타나면서 헤지펀드의 본질에 맞는 펀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희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장(상무)은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 성과를 올리는 헤지펀드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며 "좋은 헤지펀드 운용사를 찾기 위해 펀드 매니저들을 직접 수차례 만나보고 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밝혔다.
최근 주식 쪽에서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라임자산운용·DS자산운용 등이 수성하는 가운데 신생 운용사 중에는 빌리언폴드·씨앗자산운용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타임폴리오는 한국형 헤지펀드 업계에서 단연 1위로 설정액이 지난 7월 말 기준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빌리언폴드는 지난해 12월 이후 4개 펀드만으로 3500억원 이상을 끌어모으며 단기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같은 시기에 출발한 씨앗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의 간판펀드였던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를 운용하던 박현준 대표가 CIO를 겸직하면서 3개 펀드에서 9~12%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채권형 운용사 중에서는 교보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헤지펀드들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
한국형 헤지펀드의 덩치가 점점 커지면서 헤지펀드의 수탁업무를 하는 증권사의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규모도 덩달아 급증했다. PBS시장은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주로 선점하고 있는데 시장점유율은 삼성증권(26%)과 NH투자증권(22%)이 각각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