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 규제의 역설 ◆
↑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로 서울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사라졌다. 용산구 한 공인중개업소 매물 게시판이 텅 비어 있다. [한주형 기자] |
요즘 마포구에선 분양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교통이 편리하고 젊고 활기찬 분위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지만, 주거환경이 정비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근 재개발을 마무리해 1~2년 후 입주하는 신축 분양권을 사려는 수요가 많지만 작년 6·19 부동산대책으로 분양권 전매가 막히면서 살 수 있는 물건은 동났다.
이러니 인근의 거래가 가능한 '신촌그랑자이' '신촌숲 아이파크' '마포 웨스트리버 태영 데시앙' 등의 매물은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한 달 만에 분양권 가격이 1억원씩 뛰었다.
대형 개발 호재로 들썩이는 용산구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는 총 478가구인데 분양권 매물은 1개뿐이다. 9월 입주를 앞둔 '효창파크 KCC 스위첸'은 매물이 전혀 없다. 인근 B부동산 관계자는 "이쪽이 용산과 마포의 경계에 있는 곳인 데다가 경의선 숲길 조성, 용산역 철도 지하화 등 호재까지 겹치다 보니 당장 돈이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집값 잡기를 위해 융단폭격식 규제를 통해 공급을 조인 결과가 서울 집값 재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나 재건축 거래 원천금지, 분양권 전매제한 등은 일시적 거래절벽만 가져올 뿐 본래 정책이 의도한 '집값 안정'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이번주 아파트값은 0.18% 올라 상승폭이 전주보다 0.02%포인트 커졌다. 7월 셋째 주부터 4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개발 호재가 있는 용산구, 영등포구뿐 아니라 송파구와 서초구(0.15%)는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아파트를 구하려 청약시장에 들어오는 수만 명 중 상당수는 당첨에 실패한 후 분양권 거래를 원한다. 하지만 재작년 11·3 대책과 작년 6·19 대책으로 입주 때까지 분양권 매매는 불가능해져 매물이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입주 10년 이하의 비교적 상태가 좋은 신축 아파트를 구하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 8·2 대책에서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최대 62%까지 중과하면서 올해 4월 이후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1주택자라 하더라도 정부가 2년 실거주 요건을 강제화했다. 매입 후 2년 내에 팔려 해도 50%의 양도세 때문에 거둬들이는 경우가 많다.
강남구 개포동 소재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강남권은 물론 마포, 용산 등 서울 핵심지역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몇 채씩 가지고 있는 집주인들이 많은데, 이 매물이 4월 전 매도 시기를 놓친 후 버티기에 들어갔다"며 "양도세가 3주택자의 경우 62%나 되는데 팔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한 은행 PB는 "매도에 대한 상담은 거의 없고, 자녀에게 부담부증여를 한다거나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면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 절세할지를 묻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규제의 역효과는 결국 강남권·용산 등 핵심지역의 매물품귀로 연결됐고, 이곳에서 매입 대상을 못 찾은 매수세가 서울 전역으로 퍼지는 형국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이번주 서울 25개구의 시세를 보면 특정 지역이 가격상승을 주도했다기보다 모든 지역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용산구(0.29%)와 영등포구(0.29%)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양천구(0.26%), 동대문구(0.25%), 강북구(0.25%), 중구(0.25%)가 뒤를 이었다.
특히 그동안 관심을 못 받던 외곽지역까지 들썩인다. 상계주공10단지와 3단지는 급매물이 모두 소진됐음에도 매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실제 상계주공10단지 전용 46㎡ 매물은 부동산 휴가철 직후인 이번주 초에 3억원대 초반의 급매물이 모두 소진됐다. 상계동 Y공인중개 관계자는 "노원구가
[박인혜 기자 /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