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 흥국에프엔비] |
최근 흥국에프엔비 본사에 방문해 박철범 흥국에프엔비 대표를 만났다. 코스닥 상장 3주년에 대한 회고와 함께 스타트업 지분투자 계기, 향후 전략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스타트업과 파트너십 통해 B2C 사업 확장할 것"
흥국에프엔비는 지난 4월 대체 식품 제조·판매 기업 이그니스와 2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그니스는 국내 기능성 간편식 랩노쉬를 만든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가루 제형의 간편식으로 물만 넣어 흔들어 마시면 한 끼에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 있게 먹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뛰어난 마케팅 능력으로 각종 온라인 채널, 드럭스토어 올리브영, 편의점, 홈쇼핑 등에 입점하며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선두주자로 매김 중이다.
박 대표는 이그니스를 보고 본인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고 회상했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그는 무모한 패기 하나만 믿고 흥국에프엔비를 차렸다. 하지만 당시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다면 제품 생산과 운영자금 걱정없이 안정적이고 견조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고 돌이켰다. 평소 박 대표가 도움이 필요한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없는지 꾸준히 살펴봐왔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마침 지난해 초부터 교류해 온 이그니스가 제품 생산력 확대와 추가 제품 개발, 운전자금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을 보며 예전 사업초창기 시절이 생각났다"면서 "이에 신규 자동화설비를 과감히 투자했고 납품조건 개선, 운전자금 지원 등 다방면으로 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생산 협업을 시작한 이후 이그니스의 기획력과 사업 추진력, 흥국에프엔비의 생산·연구개발·자금력 등 높은 시너지가 나타남에 따라 지분 투자가 결정됐다. 박 대표는 "1년6개월 이상 협력하며 흥국에프엔비가 이그니스를 통해 더 젊어지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면서 "그만큼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투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웃음지었다.
회사는 '라라스윗'에 대해서도 투자를 검토 중이다. 라라스윗은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해성처럼 등장한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전문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흥국에프엔비가 젤라또 사업을 시작하며 여러 신규업체를 물색하던 중 라라스윗의 건강한 제품 컨셉이 눈에 띄었고 회사의 건강한 음료 철학과도 잘 맞아보였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억원이 넘는 모금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에 차질이 생긴 점에 착안, 흥국에프엔비가 협업을 선제안했으며 현재 제품 생산을 돕고 있다.
박 대표는 "이그니스, 라라스윗 등 스타트업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으로 서로의 장점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면서 "최근 당사는 B2B 중심 사업에서, B2C 사업으로 확장 중에 있는데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은 B2C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과 동반성장 기대…M&A도 고려 중"
박 대표는 이그니스·라라스윗의 기획력과 마케팅력, 흥국에프엔비의 뛰어난 생산력과 연구개발력 등 서로의 장점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자평했다. 실제 스타트업 회사는 시간·인력·자금 문제로 해외전시회 탐방을 통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데, 흥국에프엔비 연구원들이 여러 전시회 출장을 통해 취합한 정보를 이그니스·라라스윗 양사에 제공해 신규 해외 트렌드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도 좋은 협력 사례라고 소개했다. 스타트업과의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동반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또 사업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는 카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최근 흥국에프엔비는 지속되는 내수 부진, 커피·외식 프랜차이즈의 성장 둔화, 시장에서의 업체간 경쟁 탓에 실적 정체현상을 겪고 있다. 매출은 해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커피, 디저트 등 사업다각화에 따른 인재 채용과 투자가 지속되면서 판관비가 상승, 영업이익이 둔화되고 있다. 흥국에프엔비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5억5700만원을 기록했다. 1분기 대비 805.2% 증가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서는 23.4% 감소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난 149억2400만원에 그쳤다.
실적이 부진하면서 M&A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박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신사업의 빠른 진입은 물론 관련 사업의 효율적인 다각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원재료 공급-제조-유통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조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 당사의 선도적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 다방면의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행을 위해 그 대상 범위를 점차 좁혀가고 있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푸드(Food) 전문업체, 건강기능식품 업체, 물류업체 등 다양한 업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흥국에프엔비가 푸드 앤 베버리지(F&B) 중 베버리지에는 강한데, 푸드에는 약한 감이 있어 푸드 관련 업체가 관심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본 근간인 물류 업체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물류업체를 확보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고정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성급하게 M&A를 추진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본 후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들과 우선적으로 협업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타날 수 있을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매출 2020억'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2020년 매출 2020억은 3년 전 흥국에프엔비가 상장할 당시 박 대표가 공언했던 목표치다. 박 대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가 될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절대 번복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지난 3년간 계획했던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시장 및 주주들에 실망감을 안겼는데, 시장과의 약속을 번복하는 것은 또 한번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것. 이루지 못할 목표이더라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이치에 맞으며
박 대표는 "실적 성장을 위해 꾸준한 원가 절감 및 수익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이번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따른 시너지, 적극적인 IR활동 등 실적 성장은 물론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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