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상반기 전년 말보다 1.3% 소폭 증가했던 기업대출 잔액 증감률은 그해 말 -0.3%로 줄었다가 이듬해인 2017년 상반기 2.1% 상승세로 전환해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 상승률뿐 아니라 잔액 기준 최고치(418조원)도 찍었다. 반면 2016년 말 4.5%로 정점을 찍었던 가계대출 분기별 상승폭은 이후 하향세로 전환돼 올해는 2%대까지 내려갔다. 상반기 기업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은행은 국민은행이다. 대출 잔액이 110조5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1% 늘어 같은 기간 3% 뛰는 데 그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추월했다. 기업대출 총량이 115조1430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우리은행 역시 이 기간 대출 증가폭이 기업 2.4%, 가계 1.4%로 차이가 났다.
시중은행 기업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중소기업 대상 대출로 전체의 80%에 육박한다. 가계대출이 주춤하고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은 각종 부동산 규제를 내놓는 한편 '생산적 금융'이란 이름으로 중소·혁신기업 육성에 힘을 쏟는 현 정부 등장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 성장 둔화를 기업대출 강화로 상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 시책에도 적극 동참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은행들은 기업 고객을 잡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기업대출 심사 기법을 고쳐 담보력은 부족하지만 기술력·성장성이 있는 중소기업 발굴에 나섰다. 하반기 은행의 캐시카우로 '기업금융'을 낙점한 허인 국민은행장 특명에 따른 것이다. 주요 대출 대상은 지능형 로봇·전기자동차·친환경에너지 등 유망 분야 기업이다.
신한은행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은행 자체 기술신용평가(TCB)를 통한 기술금융 대출과 기술 기반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해당 기업에 대한 기술력 컨설팅 보고서와 지식재산권 관련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무방문·무서류로 가능한 비대면 사업자 대출 라인업도 강화한다.
우리은행도 기업 투자에 주력한다. 지난해 말 케이큐브벤처스가 운영하는 760억원 규모 KIF-카카오 우리은행 기술금융투자펀드에 150억원을 출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조1000억원 규모 15개 펀드에 재무적 투자자
하나은행은 자체 기업금융 전문가 과정을 통해 올해 기업금융담당자(RM) 100여 명을 교육했다. 최근에는 기업여신을 맡은 지 6개월 미만인 담당자나 희망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실무자 양성 과정을 진행하는 등 기업금융 역량 강화에 나섰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