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 불황이 기업공개(IPO) 공모시장에도 여파를 미치면서 몸값을 낮춰 상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에 고평가 논란으로 외면 받기보다는 보수적인 공모가 책정으로 투자자를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롯데정보통신은 공모 희망가 밴드 2만8300~3만3800원에서 중하단인 2만9800원으로 최종 공모가를 결정한 바 있다. 국내외 총 324곳의 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단순경쟁률은 78.33대1이었다. 상반기 코스피에 입성했던 애경산업의 수요예측 경쟁률 24.3대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롯데정보통신 측은 "3만1000원 이상 가격 신청 기관이 72%를 초과했지만,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시장 친화적인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일 코스피에 입성한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도 희망 밴드 최하단을 밑도는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비단 공모 규모가 큰 유가증권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전히 바이오·정보기술(IT) 등 코스닥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을 제외하고는 일부 코스닥 상장 기업도 밸류에이션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이달 말 코스닥 입성을 앞두고 있는 비료 생산 전문기업인 대유는 희망 공모가 밴드(8900~1만원)의 하단 수준인 9000원으로 최종 공모가를 책정했다. 최근 남북관계 진전으로 인해 비료 등이 남북 경제협력 수혜 업종으로 꼽혔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뜻밖의 결과다. 대유 관계자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무역분쟁 등의 이슈로 공모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화되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바이오·IT 등을 제외한 분야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높은 공모가를 책정해 IPO를 통해 큰 규모 돈을 손에 넣기보다는 보수적으로 가격을 책정해 안정적인 증시 입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높아 일부 청약이 몰리는 종목을 제외하고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