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흐름 기법으로 분석해보니
이 같은 저평가는 삼성그룹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따른 결과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각종 규제로 인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하고, 이 지분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이 올 들어 빠르게 현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4대 사업도 올해 모두 흑자가 나면서 1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삼성물산 기업 가치는 크게 뛸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외국인은 올 들어 이 종목 지분율을 1.4%포인트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매일경제와 KB증권이 삼성물산에 대한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적정 주가를 산출해 보니 16만7975원이 나왔다. 2일 종가가 11만5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 여력이 46.1%에 달한다.
DCF는 해당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의 합이 곧 기업 가치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일반적인 주식 평가지표는 시장 환경이나 비교 대상 기업 실적에 따라 변하지만, DCF는 오로지 해당 기업의 본질 가치에 집중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분석에서는 추정이 가능한 올해부터 2027년까지(10년간) 잉여현금흐름을 구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잉여현금흐름은 2조7130억원이 나온다. 잉여현금흐름은 사업 활동이나 자산 매각, 보유 주식을 통한 배당 수익 등으로 들어온 현금에서 투자비를 뺀 값이다. 여기에 4대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올해 순이익(에프앤가이드 기준)이 1조49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포함한 잉여현금흐름에서 조달비용(WACC·8.15%)만큼 할인해 잉여현금의 현재 가치를 구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향후 10년간 현재 가치를 합산하고 2028년 이후로는 2027년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영구성장률(1.3%)을 적용해 영구 가치를 구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2028년 이후로는 영구적으로 삼성물산 현금흐름이 1.3%씩 성장한다는 보수적 가정을 적용했다"며 "기업의 본질이 현금 창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이 저평가된 것은 분명한데, 그 수치가 확대된 것은 올해 유달리 현금 유입이 많은데 주가는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금 유입이 많은 것은 삼성물산의 자산 매각 덕분이다. 지난 2월 서울 가산동 물류센터를 팔아 2300억원을 확보했다. 또 2015년 삼성그룹은 한화그룹과의 '빅딜(사업 교환)'을 통해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경영권을 매각했지만 잔여 지분을 갖고 있다가 이번에 이마저도 팔기로 했다. 매각 예상 대금은 8000억원에 달한다. 또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이 거주해 왔던 서초 사옥(연면적 8만1117㎡)을 매각할 방침인데 여기서도 75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이 가능하다.
삼성물산이 이처럼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정부의 삼성그룹 압박과 관련이 깊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모범규준'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삼성생명 등 삼성 금융 계열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으니 이를 줄이라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전자 지분을 흡수할 곳으로 삼성물산을 꼽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17.2%를 소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전자 지분을 4.65% 보유하고 있다. 오너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서는 일부 전자 지분 매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를 위해 현금을 계속 쌓고 있다는 분석이다. 급증한 현금에 비해 주가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