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시총 감소폭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각각 2배, 4배 수준이다. 결국 지배구조보다는 계열사 실적이 그룹 주가를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LG그룹도 화학·디스플레이·전자 등 그룹 '삼총사'가 부활한다면 우량한 지배구조와 함께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1일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10대 그룹 시총과 올해 예상 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지난달 30일 기준 LG그룹 상장 계열사 11곳의 시총 합계는 91조8587억원에 그쳤다. 작년 말(103조3827억원)보다 무려 11조5241억원 감소해 100조원대가 무너졌다. 10대 그룹 중 시총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선 LG그룹의 이 같은 시총 감소를 이변으로 받아들인다. 주력 계열사가 건재한 데다 국내 그룹 중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춰 외부 변수를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LG그룹은 총수 일가나 지배구조가 논란이 되지 않을 정도로 국내 재벌 가운데 모범적이고 노사관계도 바람직하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LG그룹은 2003년 국내 주요 그룹 중 처음으로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인 LG가 전자 화학 등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단순화했다.
이 중 LG상사는 LG패션을 분사시키는 과정에서 지주사 체제로 들어오지 못해 유일한 숙제거리였다. 그러나 작년 11월 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 중인 LG상사 지분을 지주사에 넘기면서 지주사 전환 14년 만에 모든 계열사가 지주사 '우산'에 들어오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한 지배구조 개편을 가장 빨리 가장 완벽하게 해낸 그룹이 LG"라면서 "올해 LG는 오롯이 실적 전망이 계열사 주가를 좌우하는 구조로 외부 변수를 차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믿었던 실적이 흔들렸다. 작년 영업이익 기준 그룹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LG화학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2조7262억원에 그쳐 작년 대비 6.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에틸렌 등 석유화학 공급이 감소하며 LG화학이 수혜를 입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이 같은 호재가 사라졌고 오히려 유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2조4616억원을 벌어다 준 LG디스플레이의 부진도 심각하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 공세로 공급이 증가돼 패널 가격이 급락하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이 종목이 적자 전환해 영업손실 38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다른 주력 업체인 LG전자는 고급 가전 제품 판매가 지속되며 영업이익이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추정이익은 3조5996억원으로 작년 대비 45.8% 급증한 수치다. '삼총사'를 포함한 LG그룹 내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계열사 이익은 올해 11조2484억원으로 예상되며 이는 작년보다 10.1%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LG뿐만 아니라 삼성(계열사 16곳·-5조2766억원), 현대차(11곳·-2조9464억원), 한화(7곳·-2조5971억원) 등 4개 그룹 시총도 감소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올해 계열사 이익이 작년보다 20.1% 증가한 71조2885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은 조선업체 침체로 수익성이 하락한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계열사 14곳 모두 실적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온다. 작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로 보면 삼성SDI(275%), 삼성엔지니어링(238.8%), 호텔신라(174.1%), 삼성전기(145.7%)가 두드러진다. LG처럼 디스플레이 실적이 부진하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상쇄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23%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삼성그룹에 대해 각종 금융 관련 규제를 이유로 들어 계열사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로 내놓는 등 관련 종목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삼성SDI는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1%를 매각해 순환출자고리 7개 중 3개를 끊기도 했다. 이 같은 매물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