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엘리엇이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보건복지부와 두 차례 긴급 회의를 했던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엘리엇 측 주장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엘리엇의 추가 입장 등을 확인하는 대로 복지부와 추가 논의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앞서 엘리엇은 ISD를 위해 지난달 중순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중재의향서는 투자자가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상대 정부를 제소하기 전 소송 대신 중재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절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회의를 하고 있다"며 "론스타 때처럼 국무조정실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관련 국정농단 사건 이후에 엘리엇이 본인들에게 유리한 것을 얻겠다는 목적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엘리엇이 제출한 중재의향서에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정부가 국민연금 등을 통해 부당하게 개입해 합병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했고, 이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였던 자신들이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의 이 같은 주장은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에 대한 법원의 1·2심 판단과 비슷하다. 앞서 법원은 문 전 장관의 공소사실을 상당 부분 유죄로 인정하고 실형 2년6월을 선고했다. 현재는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엘리엇은 중재의향서 제출 90일 이후부터 ICSID에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그전에 법무부와 엘리엇이 합의점을 찾아 종결할 수도 있지만, 법조계는 정부가 엘리엇과 다퉈보지 않고 합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엘리엇이 이르면 올 하반기 중 ISD를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SD 절차가 시작되면 론스타, 하노칼, 엔텍합에 이은 네 번째 사례가 된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 글로벌 투기자본들이 국내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더욱 많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투기자본이 이를 역이용해 다양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 이사 수만큼 투표
[진영태 기자 / 송광섭 기자 / 부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