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짠물배당`에 공개경고

국민연금이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중점 관리하는 '배당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를 지목하고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주주권 강화 정책과 맞물려 적절한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을 공개 선정해 압박을 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이뤄졌다. 남양유업과 현대 그린푸드는 합리적인 배당 정책을 세워 공개하라는 국민연금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는 게 국민연금 측 설명이다.
1일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고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를 중점관리기업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2016년부터 3년째 이들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의결과 감사위원 선임에 반대했지만 배당정책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관계자는 "두 기업에 지속적으로 장기 배당 플랜을 만들어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합리적인 배당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조치는 2016년 도입한 '배당 관련 기업과의 대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저배당 기업에 더 많은 배당을 하도록 적극 요구하기로 했다. 당시 기금운용본부는 이를 위해 내부 기준을 마련하고 전담팀을 꾸렸고,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저배당 기업을 선정하고 압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저배당 기업을 몰아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배당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지만 기업들은 경영권 간섭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서도 '기업 경영권을 간섭할 수 있으니 자제 할 필요도 있다'는 반대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배당 블랙리스트를 정해 공개하는 것은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