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금융위원회 제안
↑ 민간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삼성증권 사태를 통해 바라본 자율규제 강화`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빈기범 명지대 교수, 안수현 한국외대 교수, 하태형 법무법인 율촌 연구소장, 홍순영 한성대 교수, 이군희 서강대 교수, 이재일 前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이인실 서강대 교수, 전선애 중앙대 교수, 최창규 명지대 교수, 우상현 현대캐피탈 전무. [한주형 기자] |
금융 분야 전공 교수들과 민간연구소장들의 모임인 민간금융위원회가 1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삼성증권 사태를 통해 바라본 자율규제 기능 강화'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금융감독 기관이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를 일방적으로 확대하게 되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진단했다. 건전한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금융사들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각자가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또한 '삼성증권의 자사주 배당 파문'을 국내 금융회사들의 내부 위험관리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지적하고 형식적인 위험관리에서 벗어나야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이재일 전 한국씨티은행 리스크관리 부행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금융감독을 강화해가는 세계적 추세에서 우리는 어떻게 '관치금융'이 아닌 '법치금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전 부행장은 "형식적 규제와 리스크 관리에서 벗어나 실질적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만 금융회사 경쟁력과 소비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대형 금융회사들은 매우 상식적으로 접근해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를 해내고 있다"면서 "해외 금융회사들은 체계화된 위험분석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위험관리 체계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대형 금융회사들은 전체 업무 처리 과정에 대한 위험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고 각각의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한 뒤 리스크 경중을 따진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개별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를 따지고 리스크가 발생하면 이를 책임질 별도의 책임자도 정해 놓는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사태'에 대해서는 프로세스 자체의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실수를 저지른 몇몇 직원에 대한 책임만 묻고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금융위원들은 이 같은 접근에 공감을 표하는 한편 이미 많은 선진 위험관리 체계가 한국에 도입됐음에도 형식적 차원에 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이미 바젤위원회 등에서 나온 가이드를 우리 금융회사들이 적용하고 있지만 매우 형식적이라는 게 문제"라며 "단지 요구를 준수하기 위해 형식만 도입할 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투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민간금융위원들은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과도한 규제를 도입하는 감독 행태도 금융회사들의 건전한 내부 통제를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지적을 금융회사가 '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만 장기적으로 자율규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강한 감독권을 행사하더라도 인사문제 개입 등 금융회사가 합리적이라고 납득할 수 없는 감독행위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감독당국이 민간 금융회사 수장의 인사에 대해 적절성을 판단하고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금융회사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관치금융이 아닌 법치금융 원칙을 따른다면 이사회가 주주 권익을 보호하고 효
이 전 부행장은 "미국 등 금융 선진국 사례를 보면 금융 시스템이 복잡할 때 효과적인 통제가 어려운 만큼 단순하면서도 알기 쉬운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업무처리 프로세스별로 철저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형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