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들 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며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삼성물산, 현대차, 현대모비스, 롯데쇼핑이 그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3대 그룹의 이들 네 종목은 1조원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너 지분율이 높아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2218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위기감이 고조된 지난 3월 한 달간 7408억원을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이 같은 '셀코리아' 광풍에도 주요 그룹 핵심 계열사들은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작년 중국의 사드 악재와 미국에서 차 판매 감소로 실적이 뚝 떨어진 현대차에도 러브콜을 보냈다. 같은 기간 3303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주식(390억원 규모)도 사고 있다. 지난달 28일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는데 계열사 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30.2%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정몽구 회장만 현대모비스 지분 7%를 보유 중인데 이번 개편안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오너 지분율은 크게 높아진다. 투자자들의 궁금증은 현대차로 이동 중이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5.2%와 2.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증권업계에선 지배구조 개편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현대·기아차 지분을 줄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연간 이익을 가장 많이 내고 있는 현대차는 오너 입장에선 안정적 배당 수익원이다.
특히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지배구조 개편 후속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도 현대차나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식을 갖고 있는 엘리엇의 요구는 이들 종목에 대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배당 압박은 커지고 있다. 이 종목은 최근 3개년(2015~2017년) 연속 1주당 배당금 4000원을 고수했다. 작년 기준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현금배당 비율)은 26.8%로 전년(20%) 대비 상승했지만 이는 작년 차 판매 감소로 순이익이 감소해 이뤄진 '착시현상'이란 분석이다. 올해는 중국 사드 악재가 해소돼 차 판매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며 배당의 재원이 되는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순이익은 4조9834억원으로 추정돼 작년보다 9.6% 증가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의 배당성향도 2016년 10.9%에서 작년 21.1%로 증가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정점에 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양한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는 데다 최근 1년 새 현금도 2946억원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에서 현대모비스와 비슷한 위치인 셈이다.
삼성물산은 2016년 1주당 550원이었던 배당금을 작년 2000원으로 크게 올렸다. 작년 기준 배당성향은 51.6%까지 올라갔다. 작년 한 해 동안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불만이 커진 주주들을 달래는 동시에 오너들의 배당수익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주가 상승도 노린다.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삼성물산 주가는 9.9% 상승했다.
삼성물산의 올해 추정 순이익은 8727억원으로 작년보다 81.4%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한 순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삼성, 현대차와 달리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롯데쇼핑의 시네마(영화)사업을 물적분할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또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라 중국 롯데마트 매각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사업 분할
작년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롯데쇼핑은 오히려 1주당 배당금을 2000원에서 5200원으로 올렸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