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양도소득세 과세를 추진했는데 일본과 비슷하게 과도기 10년을 거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3년 뒤 2021년까지 증권거래세가 폐지돼야 한다. 다른 주변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까지는 우리와 동일한 0.3%였지만 현재 0.1%로 인하했다. 홍콩은 0.1%+5홍콩달러이며, 싱가포르는 0.2%다. 우리와 같았던 대만마저 지난해 절반 수준인 0.15%로 인하했다.
경쟁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증권거래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 지목돼 오기도 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증권거래세 인하·폐지는 자본시장 효율성 왜곡을 줄이고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외국 자본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 한국 국회에서 발의된 증권거래 세율을 0.5%에서 0.1%로 낮추는 개정안이 실제로 증권거래세 인하로 이어질지 주목될 수밖에 없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증권거래세 인하 개정안에 대해 조세·금융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감했다. 이들은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증권거래가 아닌 자본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 같은 조치가 증시 활성화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많은 국가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줄이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를 걱정하고 있지만 다수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거래세가 인하되면 특히 단기 트레이딩을 하는 기관들 거래가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거래세는 현재 모든 주식 매도자를 대상으로 0.3% 세율로 부과된다. 세율은 증권거래세법에 의해 0.5%인데 탄력세율을 적용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매도는 0.15%, 코스닥시장 또는 코넥스시장에서 주식 매도는 0.3%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유가증권시장은 농어촌특별세 0.15%가 별도로 부과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코넥스시장 모두 0.3% 세율이 적용된다.
개정안에 따라 증권거래세율이 0.1%로 인하되면 유가증권시장 주식 증권거래세는 0.25%(농특세 0.15% 포함), 코스닥 및 코넥스 시장 주식 증권거래세는 0.1%로 낮아진다.
한국은 1963년부터 증권거래세를 실시하다가 자본시장 육성책의 일환으로 1971년 이를 폐지한 바 있다. 그러나 1978년 세수 증대와 자본시장 투기 억제 등을 이유로 다시 증권거래세법을 제정했다. 증권거래세는 이익이 나든, 손해가 나든 주식을 팔면 일단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수억 원 규모 주식을 보유해도 대주주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분산 투자하면 이익이 났을 때 세금을 내지 않지만, 코스닥시장에 투자한 개인이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팔면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며 "증권거래세는 담세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누진적 체계가 없으며, 소득 여부를 감안하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면서 증권거래세는 손보지 않고 있다"며 "증권거래세 단점을 남겨둔 채로 양도세를 확대하다 보니 자본시장 부담을 가중시키고 효율성을 훼손한다"고 덧붙였다.
김철민 의원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세제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주식에도 양도소득세를 전면 부과하고 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주식 거래 역시 증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외치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독일, 덴마크, 스웨덴, 브라질, 스위스 등은 증권거래세를 걷지 않는다. 영국은 증권거래세 0.5%를 부과하고 있지만 인지세 형태로 과세 목적이 투기
홍범교 조세연구원장 직무대리는 "양도세 범위를 점차 넓히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는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부담을 줄여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슬기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