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세 인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한몫

증권업계 최대 화두인 증권거래세 폐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등은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선뜻 증권거래세 인하·폐지에 동조하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증권거래 세수는 연간 4조~6조원 수준인 데다 장내 거래는 증권거래세가 자동 납부돼 과세 편의성까지 높다. 정부 입장에선 증권거래세가 꾸준하고도 편리하게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는 효자 상품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법안 발의가 실제 거래세 폐지로 이어지기 위해선 줄어든 세수를 어떻게 메울지 대안 확보가 필수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 징수결정액은 6조1108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기준 국세청 전체 징수결정액(266조7906억원) 가운데 증권거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이다. 증권거래세는 2012년 5조4590억원에서 2013년 4조6148억원, 2014년 4조5874억원으로 소폭 하향세를 그렸다. 다음해인 2015년 6조5395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2년 연속 6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중 과세 논란을 해결하고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단계적으로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증권거래세 폐지로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거래세를 즉시 폐지하기보다는 단계적 세율 인하, 유예기간 부여 등 과도기적 절차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주식 등 유가증권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늘리는 방안이다. 애초에 증권거래세가 양도소득세를 전면적으로 부과하지 않기 위해 도입된 만큼, 양도소득세 부과를 다시 늘려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현행 세법상 지분율 또는 종목별 보유액 요건에 따라 대주주로 분류된 투자자들은 이미 양도소득세를 납부한다. 2016년 기준 주식 양도소득세 결정세액은 119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정부는 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도소득세가 모든 주식 거래에 적용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논의 없이 당장 전격적으로 거래세를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개미투자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과 별도로 최운열 민주당 의원 또한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증권거래세를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세수가 2조5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거두던 세수가 감소할 수 있어 '연착륙(소프트랜딩)'을 위한 점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최 의원 설명이다.
최 의원은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확대되면 이중 과세 문제가 발생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맞지만 당장 세수 감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단 거래세를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1월 발족한) 민주당 내 공정과세실현 태스크포스(TF)에서도 현행 증권거래세의 문제점을 설명했다"며 "지난 수십 년간 거래세를 고수한 것은 투자자 보호에 역행하는 일이고 양도세 중심인 선진국의 과세 흐름과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은 거래세 인하·폐지에 대해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송진혁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검토하는 단계도 아니라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