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양호한 실적 덕으로 연임에 성공한 경영자가 줄줄이 등장했다. 이들은 안정적인 브로커리지 성과와 효율적 투자은행(IB) 전략을 펼쳤다는 평가까지 더해지면서 연임 결정에 파란불을 켰다.
↑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왼쪽), 윤경은·전병조 KB증권 대표 |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는 연임이 결정됐다. 이 대표는 그룹 계열사 대표 중 유일한 외부 출신이다. 신한금융투자에서 자리를 옮긴 이 대표는 지난 2016년부터 하나금융투자의 수장으로 일했다.
이 대표는 IB와 리테일 수익 기여도를 끌어올려 각 사업 부문을 고르게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금융투자의 순이익 중 IB 비중은 34%로, 2015년 19%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리테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2015년 6%보다 2배가 훌쩍 넘게 늘었다. 덕분에 지난해 전체 순이익은 68.8% 커진 1463억원(연결 기준)을 달성했다.
KB증권도 현대증권과의 합병 이후 안정화 작업에 공을 들인 윤경은, 전병조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은 통합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제일홀딩스 등 대규모 기업공개를 성사시키며 IB 부문의 수익 구조를 다각화했다. 2016년 합병 이슈로 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본격적인 시너지가 발생해 지난해 순이익은 2717억원으로 환골탈태했다.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가운데),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 |
3번 이상의 '장수 연임'에 성공한 인물들도 있다. 탁월한 경영 성과와 함께 업계 변화에 적응해 장기적 수익 구조를 짠 경우다.
대표 장수 CEO로는 11번째 연임이 유력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유 대표는 지난 2007년 47세의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대표에 오르며 증권가 최연소 CEO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은 11년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순이익 524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1.5% 성장했다. 이는 증권업계 최고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유 대표는 초대형 IB 중 유일하게 발행 어음사업 인가를 획득했다.
교보증권과 대신증권도 대표 연임을 결정했다.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는 올해 5번째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으며 오는 22일 주총에서 선임안을 의결한다. 김 대표는 2008년 이후 교보증권의 운전대를 잡은 후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금융 규모를 늘렸고 헤지펀드 설정액 업계 1위를 달성하면서 신사업에도 힘을 줬다. 순이익은 733억원으로 역대 2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대신증권의 나재철 대표는 차세대 장수 CEO로 꼽힌다. 나 대표는 1985년 입사해 지난 2012년 처음으로 대표로 취임했으며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면서 3연임을 확정했다.
↑ 정영채 NH투자증권 신임 대표(왼쪽), 구성훈 삼성증권 신임 대표 |
반면 NH투자증권은 정영채 IB사업부 대표(부사장)를 신임 대표로 내정하면서 변화를 추구했다. 정 대표는 농협금융의 최연소 CEO로 14년간 IB사업부를 이끌었다는데 이목이 쏠렸다. 30년간 IB 분야에 몸담은 인물로서 취임 후 IPO·유상증자·회사채 발행주관 등에서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번졌다.
삼성증권은 '젊은 피' 구성훈 신임 대표를 내정자로 지목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 김제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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