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지난해 은행실적 분석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보수적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적정 수준의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갈 것을 주문했다.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국내 은행 경영 현황'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특수은행)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조7000억원 증가한 11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1년(14조5000억원)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기업들의 부실을 인식하는 과정이 2016년까지 이뤄졌고 이후 은행 영업이 턴어라운드하기 시작해 2017년 정상화되는 과정에 들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당기순이익 항목별로는 일반은행 당기순이익이 8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조원 증가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은 2016년에는 구조조정 대손비용을 처리하느라 4조원의 적자를 냈지만 작년에는 2조8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들 특수은행은 2016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대손비용이 무려 12조7000억원이었던 반면 2017년에는 7조2000억원으로 5조5000억원 감소하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이자이익은 3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자마진(NIM)은 1.55%에서 1.63%로 상승했다.
다만 이 같은 국내 은행들의 NIM은 미국 상업은행(3.19%)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상업은행들이 리스크가 높은 기업대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 은행은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 위주 영업을 계속해 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이자이익은 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1000억원(41.2%) 증가했다. 비이자이익 부문에는 신탁 관련 이익이 1조2000억원으로 나타나 전년 대비 44.4%로 두드러진 성장을 보였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올해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이자이익 확대 등으로 은행의 수익성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활성화하고 담보 위주인 가계대출 중심 자금운용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도록 감독 방향을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배당성향과 관련해서도 우선 중소기업 자금 공급 등 위험을 감수하는 대출 기능을 수행한 후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균형 잡힌 배당을 권장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당기순이익 외에 자본적정성과 생산성 부문도 모두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본적정성 측면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15.21%), 기본자본비율(13.09%), 보통주자본비율(12.53%)이 각각 0.40%포인트, 0.59%포인트, 0.53%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과 전북은행을 제외하면 은행들의 총자본 기준 BIS 비율이 금감원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13.5% 이상)을 웃돌았다.
순이익 규모를 총자산과 비교한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8%, 자기자본과 비교한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6.00%로 각각 0.37%포인트, 4.63%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의 총자산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363조5000억원으로 2016년 말보다 95조4000억원(4.2%) 증가했다. 증가율은 2016년(4.8%)보다 조금 둔화했다.
지난해 원화대출 잔액은 1508조원으로 80조9000억원(5.7%) 늘었다. 대기업 대출 감소세가 이어진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기업대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대기업 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작년 말 대출 잔액은 660조4000억원으로 7.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이 2016년(9.6%)보다 낮아진 셈이다. 지난 한 해 이뤄진 가계대출은 43조5000억원으로 2016년(54조원)보다 줄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갭투자 감소 등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했다.
[이승윤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