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조영철 부사장(사진)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업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주들은 배를 제대로,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재무구조가 좋은 회사에 발주하고 싶어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현대중공업 부채 비율은 86%(별도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재무구조가 튼튼한 조선사"라며 "그러다 보니 지난해 신규 수주 점유율이 25%에 달했다"고 말했다.
연초 분위기는 예상보다 좋았다. 1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총 15척을 신규 수주했다. 지난해 1월 신규 수주 건수가 3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 늘어난 셈이다. 이 밖에도 결정이 임박한 프랑스 국적선사 CMA-CGM의 컨테이너 12척 수주전과 노르웨이선사의 LNG 수주전에서도 현대중공업이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부사장은 "연초에 세웠던 올해 수주 목표치는 전년 대비 49% 늘어난 166억달러 수준인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은 아니었다"며 "그런데도 예상보다 수주 일정이 앞당겨지고 있고, 곧 발표가 임박한 프로젝트도 있어 1분기엔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달성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엔 매출이 늘고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1조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다. 오는 5일 발행가액이 확정된다. 유상증자로 확보되는 자금 중 8000억원가량은 차입금을 줄이는 데 쓰고 나머지는 스마트십, 엔진 개발 등 연구비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조 부사장은 "현재 현대중공업 순차입금은 1조5000억원가량이고, 지금보다 어려워질 상황을 대비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놓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유상증자 발표는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 발표 직후에 이뤄졌다. 일각에선 '삼성중공업이 하니까 덩달아 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이에 대해 조 부사장은 "지난해 초 회사를 분할하면서 세웠던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현대중공업 주식에 대한 공매도 비중이 높아졌다. 공매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 현대중공업 측에 불리한 상황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 부사장은 "공매도 비중이 높아진 시기는 신주인수권 증서가 거래되기 시작한 2월 21일"이라며 "다만 그 이후에도 주가는 견조한 상태라는 점을 봤을 때 이번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나왔다기보다 신주인수권 거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하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한창이다. 최대주주와 계열사 간 지분 정리는 막바지 단계에 왔고, 금융계열사들은 매각을 완료했으며 자구계획안 중 하나였던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0월께 상장할 계획이다. 이제 현대삼호중공업의 현대미포조선 지분 42%(약 1조원 규모) 처리라는 숙제가 남았다. '현대로보틱스(지주사)→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삼호중공업이 자회사를 거느릴 땐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지주사 체제를 완료하기 위해선 내년 3월까지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모두 매각하거나 나머지 지분 58%를 시장에서 사들여야 한다.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합병,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간 합병 등 증권가에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
조 부사장은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현대중공업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최종적인 퍼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대삼호중공업 IPO는 업황이 회복된 시점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