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대차거래 잔액은 역대 최고치에 육박했다. 2월 27일 기준 주식 대차거래 잔액은 73조339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73조5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를 보였다. 지난해 말 61조1036억원에서 두 달 만에 20% 이상 껑충 뛰어오른 수치다.
역대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둔 주식 대차거래 잔액은 글로벌 주가 조정 국면에서 추가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주식을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주가 상승세가 상당 부분 꺾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랠리를 벌이던 지난해 11월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특히 주식 대차잔액은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온 업종에 집중됐다. 코스피의 경우 전기·전자 업종의 대차거래 잔액이 14조원을 넘어서면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의약품이 10조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 역시 제약 업종에서 1조8200억원, 반도체와 IT부품에서 각각 8190억원, 7620억원의 대차거래 잔액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 장세를 중장기적 시각에서 저가 매수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글로벌 증시의 추동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당분간 시장은 미국 금리와 물가 변화에 따라 일희일비를 반복할 전망"이라면서도 "최근 금리 상승은 거시적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이고, 같은 맥락에서 바닥에 준하는 현 지수 레벨을 고려하면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반등 시 낙폭과대주를 우선 매수하는 투자전략이 유효하다"며 "소재 산업재 금융 등 인플레이션 플레이어와 고유 성장 모멘텀이 존재하는 바이오에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올해 미국의 수차례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심리도 거세다. 채권 대차거래 잔액은 52조3793억원으로 2월 12일 50조원을 돌파한 이후로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보다 12% 늘어난 수치다.
채권 대차거래 역시 주식 대차거래와 비슷한 구조다. 채권 현물이 고평가되고 선물이 저평가된 상황에서 현물을 미리 빌려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해 매도차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채권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금리 인상기에 방망이를 좀 더 짧게 쥔 투자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