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변액보험 수익률 관리를 위해 도입한 '펀드주치의 제도'가 당초 기대와 달리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액보험은 펀드 운용실적에 따라 투자 수익을 내면서 옵션에 따라 보험금도 보장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사 주력상품 중 하나다. 작년 말 기준 국민 6명 중 1명(계약건수 850만건) 꼴로 가입했다. 적립금 규모는 104조7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상품구조가 복잡한 데다 금융시장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 가입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보험계약을 중도해지할 경우 저축성보험 성격임에도 과도한 해지환급금을 물어야 해 민원이 많은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가입 1년 이내에 해지하면 환급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펀드주치의 제도는 변액보험이 보통 10년 이상 장기계약이어서 주기적인 상담과 자문으로 수익률은 높이고 민원은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으나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
28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23개 생보사 펀드주치의 월평균 상담 건수는 1만건을 넘지 못했다. 작년 말 기준 변액보험 가입건수가 850만건인 것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왜 그럴까.
먼저 고객이 펀드주치의 제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쉽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변액보험 전담 상담사 배치 및 콜센터 접근성 강화를 지도했으나 생보사 절반 이상은 여전히 접속 경로가 복잡하다"면서 "실제 생보사 23곳 중 대표전화로 연결했을 때 첫 안내에서 변액보험 메뉴를 구축한 곳은 10곳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펀드주치의가 제공하는 자문서비스가 투자자문이라기 보다는 단순 상담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이유로 작용한다. 특히, 변액보험 계약자에 펀드 변경 등의 관련 상담을 해준 뒤 수익률이 떨어지면 대량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보험사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취하는 이유이
이와 관련 A보험사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에서 작년 연말 시범운영을 하면서 불거진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펀드주치의 제도·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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