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지펀드&헤지펀더 / 더블유자산운용 ◆
↑ 김우기 대표 |
그 덕에 피 같은 돈을 믿고 맡기는 장기투자 고객을 여럿 확보했다. 사놓은 주식이 1년 넘게 횡보해도 돈을 빼겠다는 사인을 보내며 초조해하지 않았다.
대신 잠잠했던 주가는 한번 불이 붙으면 매입금액의 2~3배가 넘게 불어났다. 부진했던 수익률을 한번에 만회하는 괴력을 보였다. 증권사 객장의 주식 고수였던 이 영업사원은 사모펀드 주식본부장을 거쳐 헤지펀드를 직접 만들겠다는 결정을 한다. 김우기 더블유자산운용 대표의 창업 스토리다.
더블유자산운용 회사 철학은 '내가 잘 아는 종목에만 투자한다'는 간단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소수 종목 10여 개로 펀드 운용자산 80~90% 이상을 채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장 편견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한다. 펀드 변동성이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경계심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김 대표는 "사람들은 여러 종목에 두루 돈을 묻어놓으면 저절로 분산투자가 되는 것으로 아는데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며 "내가 잘 모르는 주식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소수 10여 개 종목에만 투자하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굴리는 자산이 200조원에 달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상위 10개 종목 비중이 80%에 달한다"며 "잘 모르는 주식에 손대지 말고 현미경을 거듭 들이대도 만족할 수 있는 100점짜리 주식 10여 개를 찍어 투자할 때 가장 마음이 놓이더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략으로 더블유자산운용은 요새 여의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헤지펀드로 떠올랐다. 이 회사 대표펀드인 'W시그니처펀드' 6개월 수익률은 지난 26일 기준 20.97%에 달한다. 주요 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 그래프는 더 드라마틱하다. 'W900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이 9.15%, 'W시그니처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은 7.98%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하루 만에 미국 다우산업 지수가 전일 대비 4% 넘게 떨어지는 급락장을 두 번이나 이겨내고 만든 수익률이다.
그는 올해 수익률 그래프 역시 낙관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끌고 간 반도체 장세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중소형주가 올해 본격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의 실력은 지수가 횡보할 때 유리알처럼 드러난다는 게 김 대표 지론이다.
그는 "지수가 오를 때는 대형주 위주의 패시브 투자로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장이 옆으로 누울 때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개별 종목에 대해 철저히 스터디가 된 상태에서 투자하는 더블유자산운용 투자 철학이 올해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블유자산운용이 바라보는 올해 투자 핵심 키워드는 '액화천연가스(LNG)'다. 환경 오염을 우려해 석탄발전을 줄이는 중국 정부 LNG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미국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확대 소식 역시 LNG 수급에 긍정적이다.
LNG 수요가 늘면 이를 운반하는 배 주문도 늘어난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한국 조선주 주가가 각광받을 수 있는 구조다. LNG 선박 화물창에 들어가는 보랭재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주가도 각광받을 수 있다.
그는 이 같은 논리로 무장해 올 초 펀드 포트폴리오를 LNG 산업 가치사슬을 공유하는 산업재 위주로 변경했다. 올 초 주당 5000원 안팎이었던 보랭재 기업 동성화인텍 주가는 최근 주당 9000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바닥을 찍었던 조선주 주가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을 이겨낼 수 있는 산업 위주로 종목을 교체하며 이 같은 투자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더블유자산운용은 최근 수학 기반의 '퀀트' 모델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고성장 강소기업에 돈을 태우고 세월을 낚는 전략을 큰 그림으로 세워놓고, 장세에 따라 적절히 단기 대응을 하며 수익률을 더 올리기 위해 세부 전술을 보강한 것이다.
1994년 NH투자증권(옛 럭키증권)에서 여의도 밥을 먹기 시작한 김 대표는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을 거쳐 2016년 이 회사를 창업했다. 현재 운용자산은 2500억원 선이다. 운
김 대표는 "당장 회사 덩치를 크게 키워 주목을 받거나 펀드 숫자를 대대적으로 늘릴 생각은 없다"며 "지금까지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가장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는 헤지펀드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