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인 행장 '취임 100일' 전화 인터뷰
28일 취임 100일을 맞은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사람 중심의 행복 4.0 시대를 여는 은행을 만들겠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금융권의 최대 화두가 '디지털'이나 '4차 산업혁명'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고객과 직원을 만족시키는 은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허 행장은 27일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취임 100일 소회를 묻자 "눈 깜짝할 정도로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며 "계획한 업무들을 차근차근 잘해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람 중심' 은행을 만들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실적 면에서 은행 업계를 선도하는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달 8일 발표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25.6%나 증가한 2조1750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1위 은행으로 올라섰다. 허 행장은 그러나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KB가 정말로 지속 가능한 리딩뱅크가 됐다고 말할 수준은 아직 아니다"며 조직을 다독이고 있다. 그는 "사람이 행복해지면 리딩뱅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며 "고객·직원 중심의 KB를 만들겠다는 과제는 1~2년 만에 달성할 수 없고, 한 발자국씩 옮겨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고객 배려하는 경영
허 행장은 KB국민은행의 영업 총괄 부행장 경험을 충분히 살려 고객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경영 관리 기법이 '목표 달성'에 맞춰진 측면이 있지만 저는 '사람 중심' 조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 가장 많이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결국 직원과 고객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실에선 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허 행장은 "고객과 직원에게 친화적인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해 이 부분에서도 앞서가는 은행이 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 점포가 급격히 줄면서 나타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38개 영업점으로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영업시간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점심시간 등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다. 해당 영업점에서는 직원을 2교대로 나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은행 문을 열되 점심시간 가용 창구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고객 편의를 높였다. 직원들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서울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는 대리급 직원은 "2교대 근무가 도입된 후로 오전에는 영어학원 수업을 듣고 점심시간에 출근하고 있다"며 "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유연근무제를 환영하는 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콜센터 상담 대기 시간도 대폭 줄였다. 상담원에게 연결될 때까지 30여 초 걸리던 것이 허 행장이 취임한 후에는 연결 메뉴 간소화로 평균 11초로 줄었다.
비대면 디지털뱅크 분야도 '늘 곁에 더 가까이'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은행권 최초로 '목소리 인증'을 도입한 음성인식 대화형 뱅킹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KB리브똑똑'도 고객 자문단 의견을 수렴해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 직원과는 '허심탄회' 소통
허 행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열심이다. 그는 1998년 국민은행에 흡수합병된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한 '정통' 은행원이라는 점, 시중은행장 중 유일한 1960년대생인 '젊은 행장'이라는 점 등에서 직원들과 공감대를 높여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행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허 행장은 "과거 KB가 다른 은행을 좇아가는 입장이었을 때는 직원들에 대해 충분히 투자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1등 은행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직원에 대한 관심과 배려 수준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임기 초반이라 직원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 되도록 많은 직원을 만나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허 행장이 직원들을 찾아가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공감 릴레이' 행사를 전국 주요 지역에서 9차례 벌인다. 이미 전국 지점장들과 만나는 '영
허 행장은 "취임 전엔 사진 찍는 걸 참 싫어했는데, 요즘은 행장으로서 직원과의 만남이나 대외 행사에서 카메라 앞에 많이 서다 보니 조금은 자연스럽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0일간 KB국민은행장이란 새 옷으로 잘 갈아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