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보장에 접어든 미국 펀드에 가입한 투자금 규모가 연초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 증시에 올라탈 기회를 찾던 투자자들이 조정 구간을 틈타 대거 펀드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연초 환매 우위였던 중국 펀드 역시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투자금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국면이 전환됐다. 미국, 중국 등 'G2 펀드'가 다시 수익률 고공행진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지만 조정장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2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3일까지 미국시장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는 1432억원이 새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미국 펀드 설정액 증가액은 2864억원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유입된 자금의 절반이 연초 이후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몰려든 셈이다.
권정훈 KTB자산운용 멀티에셋운용본부장은 "단기간에 미국 증시가 급락한 것은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른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프로그램 매도세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라며 "증시 체력 자체가 급락 전후로 별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증시가 조정받자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미국 펀드들은 조정장에도 연초 대비 5% 안팎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ARIRANG미국나스닥기술주 ETF는 연초 이후 23일까지 6.07% 수익을 내고 있다. 미래에셋TIGER나스닥100 ETF가 같은 기간 5.94%, KB스타미국나스닥100인덱스펀드는 5.14%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투자 펀드가 변동성을 이겨내고 고수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권 본부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실적과 증시를 주도하는 업종은 여전히 정보기술(IT)"이라며 "아마존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업들은 IT를 축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증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증시가 완만한 반등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현 국면은 증시가 하방으로 돌아서는 변곡점이라기보다는 가격 조정에 가깝다"며 "변동성 요철 구간을 통과한 이후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가격은 여전히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월 들어 빠져나가던 미국 본토 ETF 자금이 중순을 전후해 다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로 글로벌 자금 유입이 다시 재개됐다"며 "금융, IT, 산업재 섹터 ETF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발 변동 장세에 타격을 받은 중국 증시 역시 실물경기 상승세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평가다. 지난 15~21일(현지시간) 진행된 중국 춘제 기간 중국 소매판매는 9260억위안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2% 늘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표를 통해 중국 성장 핵심 동력인 중산층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차용진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 팀장은 "중국 내 프리미엄 소비 관련 주식과 보험사, 카지노와 헬스케어 종목은 여전히 투자심리가 살아 있다"며 "중국 기업들의 부채가 늘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당국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예상에 최근 1개월간 중국 펀드에는 697억원이 몰렸다. 연초 이후 2193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할 때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이다.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펀드(10.56%) 미래에셋차이나본토펀드(8.02%) 하나UBS차이나포커스펀드(7.70%) 삼성누버거버먼차이나펀드(7.31%) 등은 연초 대비 많게는 두 자릿수
다만 3월 23일(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시장 변동성이 다시 심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리 인상 결정이 내려질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증시가 이를 빌미로 다시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는 경계감이다.
[홍장원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