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하 정제마진)이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정유주 주가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여름 미국 허리케인 '하비' 여파로 배럴당 9달러대로 급등했던 정제마진이 이후 손익분기점인 5달러 선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5개월여 만에 다시 7.5달러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가공·판매해 창출되는 이익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20일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5일 집계 기준 월별 정제마진은 올해 1월 배럴당 6.2달러에서 2월엔 7.5달러로 개선되며 최근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지난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정제마진이 배럴당 5.7달러로 떨어지며 정유사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는데, 최근 들어선 오히려 전년 대비 높아진 흐름을 타고 업황이 개선되는 분위기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봄철 정기 보수에 진입한 미국 정유사의 정유설비 가동률이 지난해 12월 말 96.7%에서 올해 2월 초 88%로 낮아졌고, 85% 내외까지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앞으로 정제마진은 전년 상반기 6.4달러보다 높은 7~8달러 사이에서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7.1달러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정유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3조3863억원)이 지난해(3조2343억원)보다 4.7% 증가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에쓰오일(S-Oil)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 1조4625억원에서 올해 1조9456억원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올해도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큰 데다 현 주가 기준 추정 배당 수익률 4%로 배당 매력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
수익비율(PER)이 7.4배로 저평가 국면에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은 오는 4월에 울산 온산의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 등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투자에 따른 성장 모멘텀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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