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블록체인협회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라는 거물급 인사를 초대 협회장으로 내세우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창립식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축사를 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창립 직후부터 잡음이 발생했다. 중소 거래소들은 자율 가이드라인 준비 과정에서 소외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탈퇴를 결심한 거래소 중 한 곳의 대표는 "자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협회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통보만 받았을 뿐 의견이 반영된 적이 없다"면서 "빅4 거래소를 제외하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해 피해만 봤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폭발한 건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도입된 지난달 30일부터다. 시중은행들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만 실명계좌 서비스를 오픈했다. 나머지 거래소들에는 '은행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계좌 발급을 거부했다. 실명계좌가 없으면 거래소가 투자자의 신규 자금을 유치할 수 없다.
현재 신한, 농협 등 가상화폐 실명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중은행은 취급 거래소 확대계획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나머지 거래소들은 협회 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마땅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빅4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협회와 나머지 거래소들이 대립구도를 형성함에 따라 향후 가상화폐 시장은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탈퇴를 선언한 12개 거래소 회원은 7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우려는 자율규제안 무력화다. 현재 국내 거래소는 별도 법률이 아닌 자율 가이드라인에 맞춰 운용하고 있는데, 협회를 탈퇴할 경우 이를 따를 필요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현재 협회 방침으로 가상화폐 가격의 무분별한 투기를 막기 위해 신규 가상화폐의 국내 거래소 상장을 중지하고 있는데 협회를 탈퇴한 회원사는 이를 지키지 않을 수 있다.
가격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큰 신규 가상화폐가 국내 거래소들에 대거 상
블록체인협회 측은 "실명계좌 발급 문제는 각 거래소 존폐가 걸린 문제여서 협회가 잔류를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