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매일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주가와 실적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니 7번은 영업이익 증감에 맞춰 주가가 오르거나 내렸지만 나머지 3번(이익 증가 시 주가 하락 2회, 이익 감소 시 주가 상승 1회)은 이익과 주가가 반비례 관계를 나타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8%나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악화에다 반도체 공급과잉이 겹치자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경기에 민감한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사업도 이익이 급감했다. 해당 연도(2007년 말 대비 2008년 말) 주가도 18.9% 하락했는데 이는 10년래 최대 주가 하락폭으로 남아 있다.
2009년과 2010년은 영업이익 증가로 매년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시기로 삼성전자는 자신감이 붙어 2010년에 화성 반도체 공장에 총 26조원을 들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 같은 투자가 삼성전자의 장기 성장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2012년은 갤럭시 시리즈로 대박이 나면서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29조원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85.7% 급증했고 해당 연도 주가도 43.9% 급등했다.
반면 2011년은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5.9% 감소했지만 그해 주가 수익률은 11.5%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2013년에도 삼성전자 실적은 상승했지만 4년 연속 주가 상승 피로감에 그해 주가는 되레 9.9% 하락하는 등 이익과 주가가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실적 증가=주가 상승'이란 공식이 2013년 처음 깨졌고 이는 2015년에도 재연됐다.
2015년에는 기존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부문 실적이 감소하면서 점차 반도체 비중이 높아지는 시기로 전년 대비 이익이 5.5% 늘었는데 주가는 오히려 5% 빠졌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최근 10년을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 등 가전 사업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주력 사업이 바뀌는 과정"이라며 "주요 4대 사업이 경기 변화에 따라 실적을 보완하면서 이익이 증가하면 주가도 오르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올해 삼성전자 예상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7.2% 늘어난 62조889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도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0.1% 하락했다.
이 같은 주가 조정은 그동안 분기별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던 삼성전자의 질주가 올 1분기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증권사 예상치를 밑돈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증권사들은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주된 이유는 애플 '아이폰 충격'이다. 올 1분기 아이폰X 생산량이 직전 분기보다 40% 감소한 18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원화값 급등까지 실적 감소 요인이 겹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OLED 가동률 급락과 감가상각비 증가 부담으로 디스플레이사업부 실적이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사업부의 영업이익을 절반 이상으로 낮추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 3분기부터 또 다른 신형 아이폰이 등장하는 데다 중저가폰이 속속 나와 디스플레이 수익성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의 실적 부진을 다른 사업들이 만회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특히 D램 반도체 가격은 지난 1월에 작년 12월보다 6%나 상승했을 정도로 여전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아이폰의 대항마인 갤럭시 시리즈의 조기 출격도 삼성전자 실적 반등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다음달 첫선을 보이는 '갤럭시S9'은 경쟁사인 LG전자와 중국 화웨이보다 출시 시기가 빨라 올 1분기 선점 효과를 누릴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과거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부진할 때 스마트폰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아이폰X의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폭이 과도하다"며 "상반기 디스플레이 사업 부진을 다른 사업 부문이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양상은 2013년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가 하락(-9.9%)
이에 따라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삼성전자 주가수익비율(PER)은 7.01배로 낮아졌다. 코스피 평균(9.11배)보다도 낮으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비 절반 정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KB금융에 따르면 애플과 인텔의 PER는 각각 14.4배, 13.7배 수준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