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강릉 경포대 주변 도로에서는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해변가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관련 각종 행사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지만 이날 저녁 있을 북한 대표단과 우리 정부 측 대표단의 만찬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도 크게 한 몫 했다. 덕분에 만찬이 열린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하루종일 회자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입장한 6시 20분경 호텔 1층 로비는 100여명의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 제1부부장이 방문한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은 토종 디벨로퍼 빌더스개발의 야심작이다. 당초 코리아나호텔이 있던 땅을 2015년 매입해 20층 고층으로 새로 지었고 지난달 17일 문을 열었다. 호텔 앞으로는 동해안, 뒤로는 경포호가 있어 모든 객실에서 물(水) 조망이 가능하다. 꼭대기층에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나 볼 수 있던 야외풀장이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휴양을 즐길 수 있다.
경포호에는 문화재인 월파정이 있어 인근에서 고층건축물을 짓는 것은 금지돼있다. 하지만 스카이베이 호텔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층수제한을 적용받지 않았다.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파격적인 규제완화 덕분에 지역 랜드마크이자 외국인이 찾는 관광명소가 탄생한 것이다.
당초 김 제1부부장 일행과 통일부는 10일 오후 8시 열릴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기에 앞서 강릉에서 만찬을 하기로 결정하고 다수의 호텔을 예약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다른 호텔에서는 한식을 제안했고 스카이베이는 양식을 제안했는데, 북한 대표단이 이날 점심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미 한식을 먹었기 때문에 저녁은 양식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베이 호텔은 지난달 21일 방한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묵으며 한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호텔 관계자는 "당시 북한 방문단이 호텔 음식에 대단히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김 제1부부장과 함께 만찬에 참여한 북한 측 관계자들도 대부분 한우스테이크, 왕새우구이, 강릉 교동한과 등으로 구성된 저녁식사를 남김 없이 다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카이베이 호텔은 오픈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신생호텔이지만 글로벌 호텔그룹 '골든튤립'에서 운영을 맡아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각국 정상들이 이 곳을 숙소로 선택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 만찬이 열린 20층 레스토랑 '수아레'에는 조선호텔, 인터콘티넨탈호텔 등 서울 유명 호텔에서 영입해 온 쉐프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
헌민 스카이베이 호텔 총지배인은 "인근 다른 호텔에서 숙박하는 VIP들도 식사하기 위해 스카이베이를 종종 찾는다"며 "우리 직원들 대부분 유명 호텔체인에서 팀 단위로 영입해왔기 때문에 손발이 잘 맞아 투숙객들이 신생 호텔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놀라곤 한다"고 전했다.
[정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