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다양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하고 있던 직장인 박인희 씨(43)는 7일 거래하던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박씨가 보유하고 있던 ETF 중 청산을 앞두고 있는 상품이 있으니 여유 있게 매도하는 게 좋겠다는 안내문이었다. 어떤 상품인지 살펴보기 위해 계좌를 열어본 박씨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근근이 수익을 내고 있던 '벨로시티셰어즈 데일리 인버스 VIX 단기 ETN'의 순자산 가치가 -96%로 떨어져 있었던 것. 박씨는 당장 매도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미 박씨처럼 매도하려는 투자자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미국 증시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미국 지수 변동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상장지수채권(ETN)이 급작스럽게 거래정지·청산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박씨처럼 한국에서 ETF를 통해 변동성 거래를 하고 있는 투자자도 불안에 떨고 있다. 증권사들은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등을 통해 투자 안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걱정할 것은 없지만 글로벌 변동성 ETF를 이미 거래하고 있다면 위험을 줄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조언이다.
일단 한국에는 변동성을 이용한 ETF 상품 자체가 없다. 미국 증시의 변동성 ETF는 크게 21종이 상장돼 있는데 이들 상품은 대부분 변동성지수(VIX) 선물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비전문가가 거래하기에는 위험이 크다. 변동성 트레이더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S&P500지수의 향후 30일간 옵션가격 변동성을 의미하는 VIX에 대한 선물을 사고파는 거래를 하는데, 이를 장·단기 ETF 형태로 만들어놓은 상품이 변동성 ETF다. 여기에 기초자산을 2배 혹은 반대 방향으로 추종하는 매매를 하게 되면 변동성 인버스 ETF와 변동성 레버리지 ETF까지 생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런 변동성을 기초자산으로 파생상품이 복잡하게 얽힌 ETF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ETF·ETN 상품도 조기 청산 옵션이 없는 게 대부분이다. 가령 이번에 문제가 된 '벨로시티셰어즈 데일리 인버스 VIX 단기 ETN'은 순자산 가치가 80% 초과 하락하면 운용사가 청산할 수 있는 옵션이 달려 있다. 물론 청산 예정일이 있기는 하지만 순자산 가치가 80% 이상 하락한 상품을 들고 있던 투자자들은 사실상 손실을 만회할 길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ETF는 유가증권거래소 상장 종목과 마찬가지로 30%의 상하한가 규정이 있어 급등락을 통한 단기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ETF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자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