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뛰는 글로벌 증시 ◆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CNBC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시장이 훨씬 더 위험해지고 있으며 어느 날 붕괴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며칠간 드러난 시장 변동성은 잠재적 위험의 전조"라고 지적한 뒤 "투자자들은 인덱스펀드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패시브 투자에 버블이 끼어 있으며 언젠가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을 포함해 시장이 흥분 상태에 빠진 도박장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증시 투매가 금융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증시 폭락 등 급격한 변동성을 초래한 단초는 임금 상승발 인플레이션 우려였다. 좀처럼 포착되지 않던 미국의 임금 상승 신호가 지난 2일 '1월 고용지표'를 통해 나타나자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증시가 추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기업과 가계가 유동성 축소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5일 장 막판에는 헤지펀드와 금융사들의 프로그램 매매(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매수나 매도가 미리 설정된 거래)가 대거 쏟아져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특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30을 찍으면 기계적으로 매도가 이뤄지는 위험회피 거래로 인해 증시 낙폭이 훨씬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금융사 관계자는 "문제는 ETF나 패시브펀드 등 자동 설정에 의한 투자 방식이 앞으로도 시장 충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변동성지수가 아찔한 급등락을 거듭하자 낮은 변동성에 베팅한 ETN이 대형 손실을 입고 조기 청산 절차를 밟는 충격적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벨로시티셰어스 데일리 인번스 VIX 숏텀 ETN'은 불과 며칠 새 막대한 손실을 입고 조기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일본계 노무라도 변동성지수와 연계된 투자상품 '넥스트 노트 S&P500 VIX 인버스 ETN'을 조기 청산한다고 발표했다. 하루 새 96%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동성에 대한 숏 포지션을 취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변동성과 연계된 투자상품이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상품에 대한 투자자 피해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17.31을 나타낸 변동성지수는 5일 37.32로 100% 넘게 치솟았다가 6일 29.62로 20%가량 하락했다. 월가 금융권 관계자는 "한동안 낮은 변동성에 익숙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발작에 화들짝 놀랐다"며 "당분간 미국 증시는 잦은 등락을 거듭할 가
이런 가운데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6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상당한 변동성이 있기는 하지만 시장은 잘 돌아가고 있다"며 "지나치게 우려할 정도의 변동성은 아니다.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