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보다 31% 적게 나오면서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최근 목표 주가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는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란 예상과 함께 최근 주가가 실적 대비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어 외국인이 현대차를 미리 선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5일 매일경제신문과 NH투자증권, 에프앤가이드가 함께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곳을 대상으로 올해 예상 주가이익증가비율(PEG)과 최근 1년간(2016년 4분기~2017년 3분기 누적) 주가매출비율(PSR)을 집계해보니 현대차가 유일하게 두 지표 모두 0.5배 이하로 나타났다.
미국 월가의 전설적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주가수익비율(PER)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로 나눈 PEG를 주로 사용했다. 1배이면 적정하고 0.5배 이하면 저평가됐다고 평가한다. PEG가 상장사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면 PSR는 매출 대비 주가 수준을 본 것으로 역시 낮을수록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
현대차의 PEG와 PSR는 각각 0.28배, 0.42배로 20곳의 평균 수치(각각 0.9배, 1.52배)보다 크게 낮았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외국인은 주가 조정기를 대비해 그동안 저평가된 종목을 사모으고 있고 그중 하나가 현대차"라며 "작년 실적 악화의 주된 요소였던 중국 사드 악재, 환율 요인,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현대차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투자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최근 5개월간(지난해 9월 1일~올해 2월 2일) 현대차를 6283억원어치 규모로 순매수하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종목으로 LG화학, 포스코, SK이노베이션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작년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한 상장사들이다.
외국인은 실적 호전 종목을 골라 담으면서도 '나 홀로' 실적이 부진한 현대차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컨센서스에 못 미친 작년 4분기를 포함해 작년 한 해 동안 영업이익 4조5747억원을 올렸다. 2016년 대비 11.9% 감소한 데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영업이익 5조9185억원)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이 같은 현대차 실적 부진을 근거로 올해도 고전할 것으로 보고 지난달 일제히 이 종목 목표 주가를 내렸다.
사드 악재로 대표되는 중국 시장에서 '후진'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중국 시장 내 현대차 판매량은 2016년 114만2016대에서 작년 78만5006대로 31.3%나 급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탓도 있지만 이를 기회 삼아 점유율을 늘린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토종업체 '지리'는 현대차 대비 절반 가격에다 품질 향상으로 현대차 점유율을 대거 빼앗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리는 작년 1~11월 108만대를 팔았는데 현대·기아차는 97만대 판매에 그쳤다. 2014년만 해도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지리의 6배에 달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환율과 비용 부담 탓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1대당 3027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판매촉진비)를 지급했는데 이는 작년 1월보다 40%나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올해 1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1조2210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2.4% 감소할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가 바닥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2분기부터는 작년 동기 대비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 4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1조3946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작년 4분기 대비 무려 79.9%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는 올해 현대차가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시장은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 회복이 나타나고 있는 곳으로 현대차는 올해 러시아와 브라질 자동차 시장이 작년 대비 각각 16.7%, 7.8% 성장할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최근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기술력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현대차는 2022년까지 운전자 없이도 완전 자율주행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