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성장 전략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그룹의 신성장 사업을 책임져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중 현대모비스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높은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 경쟁사 대비 주가 수준은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부사장단 이상이 모인 전략회의를 통해 자율주행차 사업을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ADAS를 그룹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ADAS는 차선이탈방지 및 제어장치(LDWS&LKAS), 자동긴급제동시스템(FCA), 후측방경보시스템(BSD), 지능형 주차보조시스템(SPAS) 등 자율주행과 관련된 각종 부품이 포함된 시스템으로 현대모비스가 주로 맡고 있다. 쉽게 얘기해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최단거리를 찾아 사고 위험 없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완전한 자율주행 단계는 인공지능(AI)이 접목된 '레벨4'로 불리며 2030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0년간은 운전자 안전이 강조되는 레벨1~2단계로 ADAS가 핵심이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최초로 레벨4단계 자율주행 시험차를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운행 중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자율주행 임시 운행허가를 받은 차량으로 각종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차량 주변 360도 감지가 가능하다. 작년까지 현대모비스가 이 같은 부품·시스템 등 자율주행과 관련해 특허를 출원한 건수는 1600건에 달한다.
ADAS 관련 매출도 2015년 1300억원에서 작년 25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자율주행 센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품사 콘티넨탈 출신인 그레고리 바라토프 박사를 ADAS 담당 상무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미래 사업 연구개발(R&D) 투자비 절반 이상을 이곳에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1조원 이상의 ADAS 매출 목표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차 모듈(부품 덩어리)과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이다. 자동차 판매에 따라 실적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 모듈 사업이고 경기 영향을 적게 타는 곳이 AS다. ADAS는 중국 사드 악재 등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모듈 사업군에 포함돼 현대모비스 실적 개선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ADAS가 주로 글로벌 고급·대형차 위주로 채택되면서 현대모비스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 추정에 따르면 모듈 사업 영업이익률은 올해 2.4%에 불과하다. 주로 국외 자동차 부품 교체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AS 사업 영업이익률(올해 24.9%)에 비해 낮은 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른 핵심 부품보다 매출 성장률이 4배에 달하는 ADAS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고성장·고마진 사업인 ADAS를 키워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작년 매출 중 70%)를 50% 이내로 낮출 계획이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모비스 영업이익은 2조9104억원으로 추정된다. 작년(2조3673억원)보다 22.9% 늘어난 수치다. 일각에선 자율주행차 부품 수주와 친환경차 부품 실적에 따라 올해 3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풍부한 현금과 함께 우량한 재무구조도 부각되고 있다. 작년 9월 말 현재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조7925억원에 달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기술력이 낮은 모듈 회사라는 평가를 받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며 "현금이 쌓이는 구조로 그룹 3사 중 배당 여력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모비스는 주식시장에서 일본 덴소, 독일 콘티넨탈과 곧잘 비교된다. 블룸버그와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모비스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로 덴소(16배)나 콘티넨탈(12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글로벌 부품사들이 1~2배 수준으로 평가받는데 현대모비스는 0.8배에 그쳐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중국 사드 악재로 낮아진 주가 수준, 자율주행차 관련 그룹 지원을 받는 높은 성장성이 부각되며 외국인들은 꾸준히 지분율을 높여왔다. 지난 19일 기준 현대모비스 외국인 지분율은
■ <용어 설명>
▷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 차량 스스로 운전 상황을 인지해 각종 기계 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차량 사이 거리를 유지하고 충돌 위험을 방지하는 차량 센서·부품이 포함된 기술로 자율주행을 위해 개발된 시스템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