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80여개국 8만명 직원으로 연간 58억 달러의 수수료 매출을 올리는 종합부동산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르(JLL)는 한국법인 새 수장으로 '사상 첫 한국계' 인사를 낙점했다. 23년간 미국과 한국에서 '부동산 외길'을 걸어온 장재훈 JLL 신임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키워드로 'IT 기술'과 '양극화'를 꼽았다.
11일 여의도 IFC빌딩 본사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장 대표는 "지어놓으면 팔리고, 사놓으면 오르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신도시를 조성하고 대규모 아파트나 공장을 지어놓으면 무조건 완판되는 고성장시대는 이제 옛말이 됐다는 얘기다. 수요층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부동산은 급등하고, 변두리는 미끌어지는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미친' 강남집값에 대해 운을 떼자, 정 대표는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미국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집값이 반토막날 정도로 큰 부침을 겪었지만 뉴욕의 최고거주지 집값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며 "거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강남의 잠재 수요자는 전국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강남불패론이 먹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 대표는 "강남 지역에 교육을 비롯한 일자리, 교통, 문화 인프라가 한데 묶여 있어 부동산 정책만으로 강남 집값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주거시장 양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정부가 특정지역 집값 잡기 정책을 펴더라도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의 주전공인 '빌딩' 분야로 넘어가자 IT 기술이 향후 글로벌 오피스 시장에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백화점, 대형마트, 아웃렛 등 오프라인 상점의 성장이 멈추고, 초대형 스마트 물류단지의 성장세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마존과 쿠팡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대형 오프라인 상점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기존 상권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얘기다.
또 IT기술의 발전은 공유경제로 이어지고 이는 '똘똘하고 콤팩트한 오피스'로 이어져 빌딩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과거에는 본사 안에 있어야만 내부서버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외부서도 엑세스가 가능해져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이전처럼 넓은 오피스를 쓸 필요가 없어지면서 좋은 입지의 고급 빌딩 가격은 점점 오르고 변두리는 가격하락과 공실확대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는 판교 지역을 오피스 시장에서 가장 매력있는 투자처로 꼽았다. 반면 여의도는 고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대표는 "오피스 시장 성장세로 보면 판교가 단연 1등이 될 것"이라며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IT 기업에서 일하던 인재들은 나와서 창업을 해도 주변에 오피스를 잡는 경우가 많아 판교는 IT 일자리 창출 면에서 선순환구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10여년간 집적된 판교의 교통,주거 인프라도 다른 신도시가 쉽게 흉내낼 수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이 금융권인데 금융 기반에 세워진 여의도가 직접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업무환경으로 봤을때 여의도는 강남, 판교, 광화문과 비교해 금융을 제외한 다른 산업이 뿌리내리기도 쉽지 않은 입지다"라고 덧붙였다.
정 신임 대표는 JLL코리아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국내 대기업의 해외부동산 관리서비스 사업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해외 부동산 임대료와 관리비용으로 연간 1천억원이 넘는 비용을 쓰는데, 일본 도시바 사례에서 보듯이 JLL 같은 전문업체에게 아웃소싱하면 10% 이상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국내 대기업들은 그룹 내부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해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JLL 코리아의 첫 한국계 대표로서 큰 사명감을 느낀다"며 "한국법인 직원수가 중국의 50분의 1, 인도의 35분의 1밖에 안되는데 한국경제 규모에 맞게 회사를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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