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만에 900 뚫었지만…
16일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은 713억원, 외국인은 50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코스닥지수를 밀어올렸다. 반면 개인은 이날 983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러나 주가가 떨어지는 비(非)바이오 종목들이 속출하는 등 '바이오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코스닥 시장 중심으로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투자자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전체 1269개 종목 가운데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695개(54.8%), 동일한 종목은 43개(3.4%), 하락한 종목은 531개(41.8%)로 각각 집계됐다. 연초 이후 코스닥지수가 90포인트 이상 상승한 가운데 전체 종목 중 40% 이상은 오히려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시가총액 30위권인 웹젠과 동진쎄미켐 주가가 각각 21.4%, 19.9% 떨어졌고 시가총액 46위인 나노스 또한 주가가 21.3% 하락했다. 이 때문에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 등에 대한 기대감이 코스닥 시장 전체에 퍼진 게 아니라 일부 업종에만 영향을 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 3형제'를 중심으로 한 제약업종 강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장 내 시가총액 1·2위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각각 58.3%, 41.6% 오르며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셀트리온제약 또한 주가가 78.9% 급등하며 시가총액 13위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밖에도 시가총액 3위인 신라젠이 11.1% 올랐고 차바이오텍(56.2%), 바이로메드(41.3%), 제넥신(23.7%), 메디톡스(13.4%), 티슈진(8.5%) 등도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KRX300지수에 코스닥 편입 종목이 68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코스닥 시장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슬림화와 집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 이후 코스닥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현시점에서는 실적과 수급 측면에서 가시성과 안정성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빚을 내서 코스닥에 투자하는 자금도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는 12일 기준 5조937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 늘어났다. 반면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는 4조68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소폭 줄었다. 지난해 11월 초만 해도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코스피 시장과 비슷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증가 폭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 차이도 한 달 전 5820억원에서 최근 들어 1조2570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 격차는 1000억원도 채 되지 않았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빚을 내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말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다시 한번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후 지난 11일에는 코스닥 투자 유인을 확대하기 위한 세제혜택·연기금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 등 세부 방안들을 내놨다.
이에 코스닥 시장 상승장을 기대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거래융자는 상승장에서는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증시가 조정을 거치거나 하락하면 투자 손실에 이자 부담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잠재적으로 실적 악재를 품고 있다"며 "신뢰가 크지 않은 코스닥 실적 때문에 기관투자가의 운용지침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
[정슬기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