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금융당국의 일정 연기 요구에도 예정대로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 하나금융지주 회추위 관계자는 14일 "예정된 일정대로 회추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추위는 15~16일 회장 후보 16명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 직후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확정한 후 22일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 9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27명에서 16명으로 압축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김병호 부회장, 함영주 행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등 내부 인사가 4명, 외부 인사가 12명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이 검사 중인 특혜 대출 의혹 , 채용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주만 미뤄 달라는 요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4일 "하나금융 노조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데 앞으로 2주 정도 안에는 회추위에 결과를 공유해 줄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그 정도 기간 동안 잠시 인터뷰를 보류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회추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2일 열린 하나금융지주 회추위와 금감원 간 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했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노조 연합인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김 회장과 함 행장의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연루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하나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의 채용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한 조사 역시 진행 중이다.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최순실·정윤회 등 비선 실세가 관여했다는 게 공투본 측 주장이다.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공정절차' '유효경쟁' 등 이슈를 두고 핑퐁을 거듭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 회추위가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예정된 일정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회추위에 절차 연기를 요구한 당국에 대해 "과도한 개입이자 관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공식적인 권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외이사들에게 더욱 신중한 고려를 촉구하기 위해 책임 정도가 높아지는 공식적인 권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