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추진 ◆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둘러싼 정부부처 간 엇박자에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고 이 과정에서 애꿎은 투자자들만 골탕 먹었다. 과열된 투기시장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정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조급증이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시작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입에서 시작됐다. 박 장관은 11일 오전 11시 30분 기자들 앞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부처 간 조율이 끝난 사항"이라고 확인까지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21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15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가상화폐 거래 투자자들이 모인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갑작스러운 정부의 조치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가상화폐 관련 청원이 빗발쳤다.
오후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정부부처 간 조율이 된 사항"이라고 법무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거래소 폐쇄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의에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인 오후 5시께 청와대가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법무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추진 중인 방안이며, 정부부처 간 조율이 끝난 상황이 아니다"고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부정했다.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반등을 시작해 다시 2000만원대에 육박했다.
투자자들은 분노했다. 한 투자자는 "정부가 한통속이 돼 비트코인 가격을 조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수백만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직장인 심 모씨(38)는 "부동산 투기 광풍은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국민 상당수가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하고 있던 가상화폐 투자를 아무런 근거 없이 막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문제를 파악해서 고치는 게 아니라 골치 아프니 일단 막고 보자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심씨는 보유한 가상화폐를 헐값에 팔아넘기지 않고 계속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거래소 폐쇄 조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외국으로 이관될 수도 있어서 과연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려 한다"며 "지인인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 물어봐도 정확한 절차나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며 혀를 찼다.
또 다른 직장인 이 모씨(44)는 "소액으로 푼돈이나마 벌어보자던 흙수저들만 당하게 생겼다"며 "버블이 위험하고 과세나 실명제, 가격 변동 제한 등 적절한 규제를 해서 시장을 건전화하도록 유도해야지 이런 식으로 거래소를 폐쇄해버린다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 공개) 금지 이전 ICO 방식으로 코인 발행 회사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투자한 사람들도 투자금을 날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일반적인 회사면 청산하고 청산가치를 나눠
일부 회사는 가상화폐 거래가 금지되지 않은 해외에 해당 가상화폐를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나현준 기자 / 오찬종 기자 / 임형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