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주가 하락은 작년 4분기 실적 악화 전망과 전자 담배 가격 인상 탓이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악재가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을 이끌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로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홍삼 매출이 작년에 사상 최대인 1조2000억원에 달하면서 담배 분야의 리스크를 상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현금은 늘어나는 반면 빚은 줄어드는 등 우량한 재무구조도 KT&G의 투자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의 100% 자회사 KGC인삼공사의 작년 매출이 1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홍삼 시장 독보적 1위인 인삼공사의 매출은 2014년 7467억원에서 2016년 처음 1조원을 돌파한 이후 작년에 또다시 신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이익도 2014년 1353억원에서 2016년 1926억원으로 늘어났다. 작년에는 3분기까지 1948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 전체 이익을 이미 뛰어넘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홍삼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식품 국내 시장 규모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2조126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보다 16.6% 증가한 규모다. 여기서 5년째 1위를 차지한 곳이 인삼공사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체 매출의 36%를 차지하며 홍삼 시장에선 70%의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 이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구매 패턴이 바뀌고 있는데 홍삼의 인기는 더 올라가고 있다.
정부가 건강식품 관련 인증을 강화하면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인증 제도를 도입했는데 인삼공사는 이 인증을 받은 곳이다. 2016년 기준으로 이 인증을 받은 제조사는 전체의 46.2%에 불과하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100% 계약 재배를 통한 홍삼을 사용하는데 6년근이 가장 효능이 좋다는 것을 자체 데이터를 통해 입증했고 이것이 실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중국 사드 악재로 홍삼 수출이 여의치 않자 최근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6년근 홍삼을 주원료로 화장품 브랜드 '동인비'를 만들어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산 등 전국 백화점에 입점시키고 있다. 또 연간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애완용 동물 사료 시장에 진출해 홍삼을 활용한 프리미엄 사료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관장'(홍삼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동인비'(화장품) '지니펫'(동물 사료) 등 다양해진 브랜드는 곧 KT&G의 성장성을 대변한다"고 전했다.
기존 주력 사업인 담배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꾸준히 부침을 겪고 있다. 흡연 경고 그림 부착 의무화와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제조·판매사인 KT&G의 장기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커졌다. 또 경쟁사 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먼저 선보이며 KT&G 실적 악화 예상이 나왔다. 이에 대해 KT&G는 작년 11월 '아이코스'보다 싼 가격에 전자담배 '릴'을 내놓으면서 발 빠르게 맞대응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특히 수출 강화 전략으로 내수 의존도를 낮춘 것이 실적 개선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KT&G는 2016년 국외에서 487억개비를 판매해 9414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작년에는 3분기까지 415억개비를 팔았다. 이에 따라 작년 KT&G의 국외 매출은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KT&G의 전체 매출은 2016년 3조원에 이어 올해 3조2000억원(NH투자증권 추정)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삼의 견고한 성장과 함께 담배 시장은 또 다른 장기 성장 기회를 얻게 됐다"며 "전자담배는 고급화가 용이하기 때문에 향후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에도 KT&G 주가는 지난달 11일 이후 이달 9일까지 9.6% 하락했다. KT&G가 '릴' 가격을 '아이코스'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전자담배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또 금리 인상기에 우량한 재무제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T&G의 현금성 자산은 2016년 말 8508억원이었으나 작년 9월 말 현재 1조2732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1년 내에 갚아야 할 빚)은 1366억원에서 743억원으로 45.6%나 줄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