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유가 상승 수혜주로 언급되는 정유주가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일 대표적 국내 정유주인 에쓰오일은 2.99% 떨어진 11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도 각각 1.94%, 1.92% 하락 마감했다. 새해 들어 코스피가 이틀 연속 상승하고 있지만 이들 종목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제품 가격과 원유 가격 간 차이) 호조에 따른 지난해 4분기 실적 개선 기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유업종 수익률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유가 추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위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업체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재고 평가이익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개선된다. 최근 정제마진도 배럴당 9달러 정도로 양호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하면 정제마진이 줄어들 수 있고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원유 값이 오르는 만큼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되레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를 유지할 때 안정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까지 올라가면 석유제품 소비가 위축되고 정제마진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6월만 해도 공급과잉 우려로 배럴당 40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영향으로 공급이 줄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왕족 '숙청 사태'가 발생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도 국제유가를 밀어 올렸다.
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0.37달러를 기록했다. 2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배럴당 66.57달러였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에서 원유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3대 산유국으로 하루 38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최근 이란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유가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반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40~60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60달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위축되더라도 수요 증가를 동반한다면 문제가 없다"며 "최근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이 주목을 받으면서 전통적 정유산업에 대한 관심이 예전처럼 높지 않은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