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 전문가들은 새로워진 'P2P 2.0'이 본격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국내 P2P 업계는 시험대에 올랐다. 3분기 3개월 연속 연체율이 치솟으며 최고 6.01%까지 기록하는 등 경고등이 켜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말 연체율을 조정해 4%대 안정권에 복귀하며 업계가 자정 능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P2P 시장은 지난해 6배 성장하며 몸집을 키웠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개인 대부업 수는 5700개로 6개월 사이 600개 가까이 급감했다"면서 "같은 기간 P2P 시장 규모는 급격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한국P2P금융협회 소속 80여 개사의 누적 대출잔액은 총 1조6516억원이다. P2P협회 측은 "12월 말 기준으로는 1조7000억원을 넘겼다"면서 "올 상반기 2조원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정 능력과 규모를 갖춘 만큼 올해 3월부터는 금융감독원에 P2P 연계 대부업체로 등록해 정부 차원에서 관리를 받는다. 금감원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P2P 금융업체는 불이익을 받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체율·부실률 관리를 정부에서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어 신뢰도가 올라간다.
제도권 진입을 도울 국회 입법도 올해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의 온라인대출거래업에 관한 법률안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대출중개업'에 관한 법률안이 올해 안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P2P 대출업을 '온라인대출거래업'으로 인정 △투자자의 투자 한도 제한 완화 △업체의 자기자본 투자 허용 △기관투자가의 투자 참여 △플랫폼 수수료 규정 마련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발의안대로 기관투자가 참여가 가능해지면 P2P 시장 성장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2016년 기준 미국 대표 P2P업체 렌딩클럽 투자자 중 58.9%가 전통적인 금융기관"이라면서 "미국 P2P가 기관투자가 참여로 성숙한 만큼 한국의 P2P 금융산업 역시 이와 같은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것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금융기관의 투자 참여는 개인투자자를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여러 금융기관이 보유한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팀이 해당 P2P 금융사의 대출채권 운영 방식을 검토한 후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 상한제 완화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현행 P2P 대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2P업체 상품 투자자는 투자 한도가 정해져 있다. 일반 개인투자자는 1000만원까지, 동일 차입자에 대해서는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000만원이라는 한계 때문에 주요 투자 채널로 P2P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법인을 설립해 우회투자를 하는 등 편법까지 등장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다듬은 개정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 사전예고 기간을 거치기 위해 이달 중 공개된다. 앞서 P2P금융협회는 지난달 중순 금융당국에 업권 의견을 반영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제시했다. 업체들이 제출한 안에는 선대출을 허용해주고,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연간 1000만원에서 더 늘려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국회 입법 등을 참고해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 가이드라인은 투자자를 보호하고자 업체들의 상품 공시를 강화해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업체들이 기존에 집행했던 대출을 재계약하는 만기 연장 상품을 모집할 때는 반드시 이를 투자자들에게 안내해야 하는 식이다.
P2P 2.0 시대에는 개인 신용대출이나 부동산 투자에 국한됐던 투자 상품 다양화도 눈에 띈다. 비욘드펀드는 공기업 상품을 내놨다. 지난달 인천항만공사와 '인천항 햇빛·나음 시민햇빛펀드 투자상품'을 출시했다. 미드레이트는 팝아트 작가인 마리 킴의 '신데렐라', 극사실주의 화가 고영훈 작가의 '스톤북' 등 예술 관련 투자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승행 P2P금융협회 협회장은 "문화 콘텐츠, 소비재 등과 연관된 다양한 투자상품
■ <용어설명>
▶ P2P(개인 간 거래) 금융 : 돈이 필요한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P2P 회사를 통해 대출을 신청한 다음 P2P 금융회사들이 이를 심사 후 공개하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투자자와 대출자를 직접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은행권 대출과 다르다.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