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지·공급폭탄…악재 다 이겨낸 `교통호재`

↑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문을 연 동탄역 인근 `동탄파라곤` 견본주택에는 주말 포함 사흘 동안 3만4000여 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사진 제공 = 동양건설산업]

# 지난달 28~29일 동양건설산업이 분양한 '동탄역 파라곤' 주거형 오피스텔은 평균 42.5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기가 많은 전용 83㎡형에는 1559명이 몰리면서 70.9대1을 기록했다. 내년 공급 물량 폭탄 우려에 최근 신규 분양 단지 일부가 미달인 상황과 대조적인 흥행이다. 동탄역에서 도보로 5분 내 이동 가능하다는 점이 비결로 꼽힌다.
낙후된 지역 분위기와 입주 물량 급증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교통 호재를 등에 업고 부동산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 증가 등에 따라 우수한 도심 접근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서울 청량리 역세권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2013년 입주) 아파트 전용 84.98㎡는 지난 7월 6억6000만원이던 평균 매매가격이 11월 7억3250만원으로 11.0% 올랐다. 한국감정원 통계로 살펴봐도 청량리동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3.3㎡당 작년 10월 1650만원에서 올해 10월 기준 1805만원으로 9.4% 상승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인 청량리역 일대 부동산값이 최근 들썩인 것은 이달 22일 서울과 강릉을 잇는 KTX가 개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8월에는 분당선이 왕십리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연장 개통된다. 국토교통부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는 GTX 청량리역 B노선이 확정되면 송도, 여의도, 서울역, 청량리, 별내, 마석 등을 거칠 예정이다.

서울 면목동과 영등포도 최근 교통 호재가 집값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주 완판된 중랑구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가 대표적이다. 7호선 사가정역에서 가까운 이 단지는 1029가구를 일반 분양했는데 지난달 25일 진행된 잔여 가구 특별추첨에서 경쟁률 8.8대1을 보이며 완판됐다. 주변 시세(3.3㎡당 1610만원)보다 훨씬 높은 1740만원에 평균 분양가가 책정됐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면목 라온 프라이빗도 지난달 11일 잔여 가구 선착순 분양에서 밤샘 줄서기를 한 가운데 당일 완판됐다. 중랑구는 그동안 새 아파트가 별로 없어 서울에서 비교적 낙후된 지역에 속했다. 그럼에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가장 큰 비결은 바로 지하철 7호선이라는 뛰어난 접근성이다.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는 사가정역을 이용하면 강남구청역까지 환승 없이 15분 만에 도달한다.
영등포뉴타운 1-3구역을 재개발한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과 신길뉴타운 9구역을 재개발한 '힐스테이트 클래시안'도 과거 낙후 지역이었지만 뛰어난 교통 덕분에 흥행에 성공했다. 다음달 광명시에서 분양하는 '광명 에코 자이위브'도 같은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이 약 700m 거리에 있어 이를 통해 가산디지털단지와 강남 등 업무 지역으로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일부 경기 남부 지역에서 입주 물량 폭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역세권에 위치할 경우 서울 웬만한 지역보다 출퇴근이 수월할 수 있다"며 "역세권 주거시설은 앞으로도 쭉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개항을 앞두고 공항 관계자들이 몰려들면서 영종도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9월 이후 영종하늘도시 우미린 2차 미분양 가구 중 220가구가 소진됐다. 신규 분양권 미분양도 종적을 감추고 있다. 이승송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컨설턴트는 "영종 하늘도시 내에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영종 하늘도시 이편한세상 2차 최고층이 7층, 화성파크드림이 5층이어서 85~90% 분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영종도는 2020년 착공이 결정된 제3연륙교(2025년 개통 예정) 건설이 큰 호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재원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